“흥행작보다 원작이 먼저”…슈퍼 IP 쟁탈전, 누가 주도권 쥐었나

배우 설경구, 류준열, 김홍선 감독, 이규형(왼쪽부터)이 지난 8월 서울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들쥐는 동명의 카카오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누적 조회수 1억8000만 회를 기록한 카카오웹툰 유부녀 킬러도 배우 공효진 주연의 드라마로 제작됐다.
배우 설경구, 류준열, 김홍선 감독, 이규형(왼쪽부터)이 지난 8월 서울에서 열린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들쥐는 동명의 카카오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누적 조회수 1억8000만 회를 기록한 카카오웹툰 유부녀 킬러도 배우 공효진 주연의 드라마로 제작됐다.

 

콘텐츠 시장의 승부처가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흥행할 작품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흥행 가능성이 검증된 원천 IP를 누가 먼저 손에 넣느냐가 판을 가른다. 웹툰·웹소설 플랫폼도 작품을 연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드라마와 영화 제작에 직접 뛰어들었다. 하나의 이야기가 여러 콘텐츠로 뻗어 나가는 슈퍼 IP 시대, 산업의 주도권도 함께 움직이고 있다.

 

네이버웹툰의 영상 제작 자회사 스튜디오N이 대표적이다. 웹툰과 웹소설 가운데 영상화 가능성이 높은 작품을 골라 드라마와 영화로 만든다.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가 이렇게 탄생했다. 동명의 웹소설에서 출발해 웹툰을 거쳐 드라마로 제작됐다. 원작을 쥔 플랫폼의 강점을 영상 제작으로 곧장 연결한 사례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원천 IP와 영상 제작 역량을 묶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는 동명의 카카오웹툰이 원작으로, 류준열과 설경구가 출연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에이치하우스, 스튜디오핌과 함께 제작했다. 누적 조회수 1억8000만회를 기록한 카카오웹툰 유부녀 킬러도 공효진 주연의 드라마로 만들었다. 제작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산하 제작사들이 참여했다.

 

플랫폼의 역할이 달라졌다는 방증이다. 과거에는 원작을 공급하고 영상화 판권을 파는 데 머물렀다면 이제는 기획과 제작까지 직접 챙긴다. 원작의 인지도와 팬덤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영상화 이후의 사업 기회도 주도적으로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흥행해도 내 작품이 아니다?

 

인기 원작을 확보했다고 모든 권리가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원작 저작권과 영상화 권리, 완성된 영상물에 대한 권리는 각각 별개다. 같은 작품이라도 계약 내용에 따라 원작자와 플랫폼, 제작사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달라진다.

 

웹툰 작가가 드라마 제작을 허락했다고 원작의 저작권을 통째로 넘기는 것은 아니다. 일정 기간 특정 매체에서만 쓰도록 허락할 수도 있고 정해진 범위의 권리만 양도할 수도 있다. 반대로 원작자가 저작권을 갖고 있어도 계약 조건에 따라 영상화 이후 사업에는 손을 대지 못할 수 있다.

 

문제는 작품이 흥행한 다음이다. 영상화 계약 당시 일시금을 받았는지, 추가 수익을 나누기로 했는지에 따라 원작자가 손에 쥐는 몫이 크게 갈린다. 후속 시즌 제작이나 해외 리메이크, 게임 개발 같은 후속 사업의 권리도 처음 계약에서 정한 범위를 벗어나기 어렵다.

 

정부도 제도 보완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 만화·웹툰 분야 표준계약서 8종의 제·개정안을 마련했다.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이용허락 계약서와 양도 계약서를 새로 만들어 권리의 이용 범위와 대가, 수익 배분을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정산 근거가 되는 정보를 창작자가 확인할 수 있는 권리도 명문화했다.

 

◆슈퍼 IP의 출발점은 계약서

 

원천 IP의 몸값이 뛰었다고 모든 창작자의 협상력이 커진 것은 아니다. 이미 대중성을 검증받은 작품은 유리한 조건으로 영상화를 추진할 수 있지만 신인 작가나 자금력이 약한 제작사는 계약 테이블에서 불리한 처지에 놓이기 쉽다.

 

하나의 IP가 여러 산업으로 확장될수록 첫 계약에서 어디까지 권리를 내줬는지가 결정적이다. 드라마 계약이 후속 시즌이나 다른 매체 사업까지 포함하는지, 추가 수익은 어떻게 정산하는지에 따라 창작자와 사업자의 이해가 엇갈린다. 플랫폼과 제작사에도 권리 확보는 생존의 문제다. 원작을 쓸 수 있는 권한이 있어야 후속작을 기획하고 장기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다만 원작 권리를 쥐는 것과 실제 영상을 만들어낼 투자·제작 역량은 별개다. 인기 원작을 많이 쌓아뒀다고 경쟁력 있는 영상이 저절로 나오지는 않는다.

 

결국 슈퍼 IP 시대의 경쟁은 권리와 제작 역량을 함께 갖추는 싸움이다. 좋은 이야기를 발굴해 새 콘텐츠로 키우는 능력만큼 그 성과를 창작자와 제작사, 플랫폼이 어떻게 나눌지도 중요해졌다. 이야기의 생명력이 길어질수록 첫 계약서의 무게도 커진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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