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원작이면 무조건 성공?”…슈퍼 IP 공연화의 명암

웹툰 ‘유미의 세포들’은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을 거쳐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하나의 IP가 다양한 장르로 확장되며 새로운 관객을 만나는 대표적인 사례다. 사진=샘컴퍼니 제공
웹툰 ‘유미의 세포들’은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을 거쳐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하나의 IP가 다양한 장르로 확장되며 새로운 관객을 만나는 대표적인 사례다. 사진=샘컴퍼니 제공

 

K-콘텐츠 팬덤이 공연장으로 향하고 있다. 이미 아는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기 위해서다. 화면 속에서만 보던 캐릭터를 눈앞에서 만나고 같은 공간의 관객과 함께 웃고 호흡하는 경험이 팬들을 움직인다. 웹툰과 드라마 등 인기 IP가 뮤지컬로 무대를 넓히면서 콘텐츠 산업의 수익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보는 이야기에서 겪는 이야기로

 

지난 8월 막을 내린 뮤지컬 ‘유미의 세포들’이 이런 흐름을 잘 보여준다. 이동건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드라마와 영화, 애니메이션을 거쳐 무대에 올랐다. 평범한 직장인 유미의 일상과 연애, 그리고 머릿속 세포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웹툰 속에서 유미의 감정을 대신 표현하던 세포들은 배우의 몸짓과 노래로 살아 움직였다. 원작에 없던 세포 109도 새로 등장했다. 영상에서 편집과 특수효과로 만들던 장면은 음악과 조명, 무대 장치가 대신했다. 관객은 익숙한 이야기를 전혀 다른 감각으로 경험하게 된다. 같은 이야기라도 매체가 바뀌면 전혀 다른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관건은 원작을 깊이 이해하면서도 무대 문법에 맞게 다시 풀어내는 일이다. 109 역을 맡은 배우 최재림은 “배우들이 연습실에 가져다 놓은 단행본 만화책을 쉬는 시간마다 펼쳐보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며 “메인 이야기는 원작에 있지만 뮤지컬 세계에 와서 새로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원작의 캐릭터와 세계관을 토대로 공연만의 표현과 이야기를 쌓아 올렸다는 얘기다.

 

◆넓어지는 수익의 길

 

공연시장의 성장도 IP 뮤지컬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약 4989억원으로 전년보다 7.2% 늘었다. 특히 국내 창작뮤지컬의 티켓 판매액이 처음으로 라이선스 뮤지컬을 앞질렀다. 국내에서 개발한 공연 콘텐츠의 경쟁력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IP의 공연화는 원작에 새로운 수익 창구를 열어준다. 공연의 주수입원은 티켓이지만 재공연이 이어지거나 해외 제작사에 공연권을 팔면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캐릭터 상품과 공연 MD도 사업 영역이다. 한 번 만든 작품을 시즌마다 다시 무대에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공연은 IP의 수명을 늘리는 장치이기도 하다. 이미 이름이 알려진 원작은 기존 팬덤을 공연장으로 불러 모으기 쉽고 거꾸로 공연으로 작품을 처음 접한 관객이 웹툰이나 드라마를 찾아보는 효과도 있다.

 

창작뮤지컬의 해외 진출도 새로운 기회다. 뮤지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제작사 라이브는 개발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 인지도를 발판 삼아 공연 콘텐츠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이다. 드라마로 이미 이야기와 인물을 아는 해외 관객이라면 낯선 창작뮤지컬보다 문턱이 낮다는 계산이다.

 

◆흥행 보증수표는 아니다

 

원작이 유명하다고 무대 제작이 쉬워지는 것은 아니다. 방대한 이야기를 제한된 공연 시간에 맞게 압축해야 하고 음악과 안무, 무대 연출은 새로 만들어야 한다. 원작 팬덤의 눈높이를 맞추면서 처음 보는 관객까지 설득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 유미의 세포들을 연출한 양정웅은 “웹툰과 드라마도 워낙 훌륭하고 재밌는 작품이라 뮤지컬로 선보인다는 게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이미 사랑받은 이야기를 새로운 형식으로 옮기는 일 자체가 또 하나의 창작이라는 뜻이다.

 

공연 산업 특유의 비용 구조도 넘어야 할 산이다. 극장 규모와 회차에 따라 팔 수 있는 좌석 수가 정해져 있고 배우 출연료와 대관료, 무대 제작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흥행하더라도 객석 수 이상으로 매출을 늘리기 어려운 만큼 장기 공연이나 재공연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 원작의 인지도가 제작 위험까지 없애주지는 못한다.

 

결국 인기 IP를 무대에 올리는 것만으로는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 익숙한 이야기에 무대만의 매력을 더해야 한다. 원작의 인지도가 관객을 공연장으로 이끄는 출발점이라면, 공연의 완성도는 관객의 만족과 재관람을 결정짓는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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