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려던 길에서 북한이 한발 먼저 결승선 앞에 섰다. 태권도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남북 공동등재 구상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북한의 단독등재가 유력해지면서 정부의 시선은 이제 한국 태권도를 뒤이어 하나로 묶는 ‘확장등재’로 향한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2일 북한이 신청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술-태권도’가 유네스코 평가기구 심사에서 ‘등재 권고’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평가기구의 권고가 최종 결정에서 뒤집히는 사례가 드문 만큼 북한은 여섯 번째 인류무형유산을 품을 가능성이 커졌다.
유네스코에서도 북한 태권도는 올해 대표목록 심사 대상으로 올라 있다. 최종 등재 여부는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중국 샤먼에서 열리는 제21차 무형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결정된다.
남북 공동등재를 추진해온 한국엔 다음 스텝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3월 ‘태권도: 한국의 도장 공동체 수련문화’ 신청서를 제출했다. 북한보다 신청이 늦어 심사 주기가 엇갈린 데다 남북관계까지 얼어붙으면서 2018년 씨름처럼 한 번에 이름을 올리는 그림은 그리기 어려워졌다. 허 청장도 “현시점에서 공동등재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음 카드는 확장등재다. 이미 이름을 올린 한 국가의 무형유산에 다른 국가가 뒤이어 참여하는 방식이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지난 9월 이길배 국가유산청 유산정책국장을 만나 들은 정부의 구상도 같았다. 이 국장은 당시 북한이 먼저 등재될 경우 “확장등재 방식으로 가져가는 게 우선 최선의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북한의 동의다. 국가유산청은 직접 접촉이 어려운 상황에서 유네스코를 통해 북측에 공동등재 의사를 물어왔지만 아직 답을 받지 못했다. 이 국장은 “유네스코에 북한 측에 의견을 물어봐 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 답은 없다”고 말했다. 거부 의사가 전달된 것도 아닌 만큼 정부는 협의 가능성을 닫지 않고 있다.
물론 북한이 먼저 등재된다고 태권도의 ‘주인’이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은 특정 국가에 해당 유산의 배타적 권리를 인정하는 제도가 아니다. 아리랑과 김장문화도 남북이 각각 별도로 등재됐다. 허 청장 역시 북한의 선등재 여부와 관계없이 한국 태권도의 확장 또는 단독등재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나아가 씨름과는 상황이 다르다. 당시 남북은 각각 신청했지만 같은 주기에 심사를 받았고, 유네스코의 이례적인 결정과 남북 합의가 맞물려 공동등재가 성사됐다. 이번에는 북한이 먼저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순서가 달라졌다. 한국은 이미 제출한 신청서를 토대로 확장등재를 우선 모색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단독등재까지 선택지로 남겨두게 됐다.
같이 출발하지는 못했지만 길이 끊긴 것은 아니다. 북한의 최종 등재 여부가 결정되면 한국 태권도의 유네스코행도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남북이 언젠가 ‘태권도’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일단 공동등재가 멀어진 자리에 이젠 확장등재라는 새로운 길이 놓였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