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이 완결됐다고 이야기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누적 조회수 29억7000만 회를 기록한 ‘재혼황후’가 외전으로 돌아왔다. 오는 4일에는 디즈니+ 오리지널 드라마로도 공개된다. 웹소설에서 출발해 웹툰으로 인기를 얻은 작품이 새로운 이야기와 실사 드라마로 영역을 넓히는 것이다.
‘재혼황후’는 황제의 이혼 통보에 재혼으로 맞선 황후 나비에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판타지다. 지난달 29일 시작된 웹툰 외전에서는 본편에 담지 못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와 기존 설정을 뒤집은 새로운 서사를 선보인다. 네이버웹툰은 드라마 공개에 맞춰 원작 무료 감상 회차를 확대하는 등 독자 유입에도 나섰다. 영상화가 원작의 인기를 다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여러 콘텐츠로 재탄생하는 ‘슈퍼 IP(지식재산)’ 시대다. 과거에는 작품 한 편의 흥행 성적이 성공의 기준이었다. 이제는 그 작품이 얼마나 오래 살아남아 새로운 콘텐츠와 수익을 만들어내느냐가 중요해졌다. 인기 웹소설이 웹툰과 드라마로 제작되고, 영화와 애니메이션, 게임으로도 확장된다. 작품의 완결이나 종영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사업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산업 규모도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5 콘텐츠 IP 거래 현황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콘텐츠 IP 산업 매출은 47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콘텐츠 산업 매출 162조8000억원의 29.3%에 해당한다. 2023년 기준 33조2000억원이었던 IP 산업 매출은 1년 만에 14조5000억원 증가했다.
콘텐츠 IP는 원작을 바탕으로 새로운 작품이나 상품,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지식재산 권리를 뜻한다. 인기 웹툰을 영화로 제작하거나 드라마 속 캐릭터를 활용해 게임과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하나의 작품이 다른 산업으로 이동할 때마다 새로운 소비자를 만나고 추가 수익을 창출할 기회가 생긴다.
성공 사례도 적지 않다. 주호민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는 죄와 벌(2017), 인과 연(2018) 두 편 모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원작의 저승 세계관과 인물들을 영화에 맞게 재구성해 웹툰 독자를 넘어 폭넓은 관객층을 확보했다.
김칸비·황영찬 작가의 웹툰 스위트홈은 넷플릭스 시리즈로 제작돼 시즌3까지 이어졌다. 괴물로 변한 인간들과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사 영상으로 구현하면서 원작의 세계관을 확장했다. 웹툰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출발했지만, 영상만의 연출과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시청자를 만난 사례다.
이처럼 슈퍼 IP의 강점은 이미 알려진 이야기를 새로운 형식으로 선보일 수 있다는 데 있다. 원작 팬덤은 초기 관심을 모으는 기반이 되고, 다른 매체에서 유입된 소비자는 다시 원작을 찾을 수 있다. 하나의 작품이 여러 시장에서 소비되며 생명력을 이어가는 구조다.
그러나 원작의 인기가 반드시 새로운 콘텐츠의 흥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7월 개봉한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 대표적이다. 동명의 인기 웹소설과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안효섭부터 블랙핑크 지수까지 화려한 출연진을 내세웠지만, 극장에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뒀다. 개봉 첫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으나 이후 관객 동원에 어려움을 겪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계를 재가공한 자료에 따르면 개봉 3주 차 누적 관객은 약 105만 명이었다.
방대한 세계관과 복잡한 인물 관계를 두 시간 안팎의 영화로 옮기는 일은 쉽지 않다. 원작을 충실히 재현하면 처음 접하는 관객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고, 대중성을 높이기 위해 설정을 바꾸면 기존 팬덤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인기 IP를 확보하는 것만으로 흥행이 보장되지 않는 이유다.
실제 국내 IP 산업도 아직 성장 과정에 있다. ‘2025 콘텐츠 IP 거래 현황조사’에 따르면 IP 비즈니스 매출에서 다른 기업의 IP를 활용한 2차 콘텐츠 제작이 차지하는 비중은 49.9%였다. 단순 라이선스 거래는 35.9%, 자체 IP 확장은 14.2%로 나타났다. 기존 작품을 다른 콘텐츠로 제작하는 사업에 비해 자체 IP를 활용한 사업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슈퍼 IP 전성시대는 콘텐츠 산업에 새로운 기회를 열고 있다. 동시에 원작의 명성에 기대는 제작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웹툰을 영화로, 드라마를 공연으로 옮기는 것 자체가 성공은 아니다. 새로운 매체에 맞는 완성도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결국 슈퍼 IP의 가치는 한 번의 흥행 성적이나 원작의 인지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매체가 달라져도 관객의 흥미를 자극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이 중요하다. 오래 살아남는 콘텐츠가 더 큰 시장을 만드는 시대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