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가 세계적인 흥행을 거듭하고 있지만 정작 작품을 만든 국내 제작사와 창작자들은 성공의 과실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넷플릭스 국내 매출은 1조542억원으로 2021년보다 약 67% 증가했다. 그러나 매출의 81%인 8539억원이 구독 멤버십 구매 대가 명목으로 미국 본사에 지급됐다. 국내 법인의 영업이익은 203억원에 그쳤다. 다만 본사 지급액 전체를 해외로 유출된 순이익으로 볼 수는 없다.
문제는 콘텐츠의 흥행 성과가 누구의 자산으로 남느냐다. 대표적인 사례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다. 시즌 1~3 합산 조회수 6억36만회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지만 지식재산권(IP)은 넷플릭스가 보유하고 있다.
국내 제작사는 작품이 후속 시즌이나 파생 사업으로 확장되더라도 이를 독자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흥행작 하나가 게임과 공연, 상품 등 다양한 사업으로 뻗어 나가는 시대에 IP 소유 여부가 장기적인 수익을 좌우하는 셈이다.
글로벌 OTT가 제작비를 전액 부담하는 방식은 제작사의 투자 위험을 줄이고 해외 진출 기회를 넓혔다. 반면 제작사는 통상 제작비의 3~10% 수준의 마진을 받는 데 그쳐 작품이 흥행해도 추가 수익을 얻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제작비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IP의 성공이 제작사의 지속적인 수익이나 후속 사업을 위한 자산으로 축적되기 어려운 구조다.
창작자들도 비슷한 처지다. 영화진흥위원회 조사에서 별도 저작권 특약을 체결한 감독은 9.3%에 불과했다. 흥행 인센티브를 받지 못한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도 각각 53.6%, 66.3%에 달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나의 해방일지’·‘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등을 집필한 박해영 작가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들은 창작자들의 고유한 권리인 저작권을 포기하도록 강요해 왔다”며 “작품을 계약할 때 저작권을 모두 넘긴다는 부속합의서를 쓰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방영 기회를 잡기 힘든 작가들이 이 요구를 거부하긴 어렵다. 창작자들의 권리인 저작권을 부당하게 빼앗기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외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한국영화감독조합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해외에서 작품 이용에 따른 보상금을 받은 국내 감독은 333명이다. 그러나 같은 작품이 국내 방송이나 OTT에서 이용됐을 때 받은 보상금은 없었다. 프랑스와 스페인 등에서는 작품의 반복 이용에 따른 창작자 보상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국회에서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다. 개정안에는 창작자가 권리를 양도한 이후에도 작품 이용 수익에 대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정당보상청구권이 담겼다. 방송작가조합과 영화감독조합·방송실연자조합 등 6개 단체가 창작자 연대를 꾸려 입법을 촉구하고 있다. 다만 플랫폼과 제작사의 투자 위험을 고려한 합리적인 보상 기준 마련이 과제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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