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로그] 11년 만에 돌아온 캪틴큐… 이번에도 ‘타임머신’ 탈까

김동준 롯데칠성음료 스피리츠 담당 프로

밈으로 접한 20대·40대 추억 결합
‘보물상자’ 1만2000세트 당일 완판
정통 다크럼 원액으로 전면 개편
소용량·가성비로 2차 구매 유도
“전설 술 넘어 대중 양주로 기억되길”

마시면 다음 날을 건너뛰고 다다음 날 눈을 뜬다는 이른바 ‘시간여행 술’, 전설의 ‘캪틴큐’가 돌아왔다.

독보적인 밈(Meme)으로 소비되던 이 술은 2015년 단종 당시 남은 물량을 확보하려고 군부대 매점(PX)까지 수소문하는 마니아를 낳기도 했다.

2015년 단종 이후 추억의 캪틴큐가 다시 돌아오면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이키고 있다. 캪틴큐 부활의 주역 중 하나인 김동준 롯데칠성음료 청주BM팀 스피리츠 담당 프로가 사옥에서 새로워진 캪틴큐를 소개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제공
2015년 단종 이후 추억의 캪틴큐가 다시 돌아오면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 일이키고 있다. 캪틴큐 부활의 주역 중 하나인 김동준 롯데칠성음료 청주BM팀 스피리츠 담당 프로가 사옥에서 새로워진 캪틴큐를 소개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제공

새로워진 캪틴큐는 추억의 이름과 병 모양, 라벨은 그대로 남기되 속을 완전히 바꿨다. 캐리비안 다크럼 원액을 적용해 맛과 향을 새로 설계한 것.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롯데칠성음료가 재출시 기념으로 내놓은 ‘캪틴큐 보물상자’ 1만2000세트는 공장 출고 하루 만에 동이 났고, 후속 한정판 패키지 3만 세트까지 잇달아 출시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온라인의 ‘전설’을 다시 매장 진열대에 올린 김동준 롯데칠성음료 스피리츠 담당 프로를 만나 캪틴큐의 귀환 스토리를 들어봤다.

-단종된 뒤에도 잊히지 않은 술이다. 쉽지 않은 일이다. 캪틴큐를 다시 내놓아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은 언제였나.

“2022년부터 재출시를 기획해 왔다. 캪틴큐가 사랑받았던 것은 비싸고 귀하던 양주를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해준 대중 양주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단종 이후에도 소비자들의 구매 문의가 이어졌고,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들도 콘텐츠에서 꾸준히 언급했다. 비화를 하나 소개하자면,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한 연예인이 직접 찾아와 개발에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전한 적도 있다. 이런 반응을 보며 11년이 지나도록 캪틴큐라는 이름이 살아남았다는 점이 이 브랜드의 가장 큰 힘이라고 느꼈다. 그것이 재출시를 최종 결정한 계기였다. 새로운 것은 환영받지만, 오래된 것은 사랑받는다고 생각한다.”

-‘시간여행하는 술’이라는 별명으로 온라인에서 꾸준히 회자됐다. 이런 반응을 어떻게 받아들였으며, 재출시를 검토하는 데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나.

“처음에는 웃음이 났고, 오래 기억되고 있어 고마우면서도 과장된 이미지가 부담스럽기도 했다. 회사에서도 같은 마음이라, 밈을 지우지 않고 재미 요소로 이어가되 맛과 품질 인식은 제대로 바꾸는 쪽으로 정리했다. 온라인 반응은 재출시 검토에 영향을 줬지만, 그것만으로 결정하지는 않았다(웃음). 기억에 남는 게시물은 최근 ‘GS25에서 타임머신을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글이다. 시간여행하는 술이라는 별명이 이렇게 이어지는 게 인상깊었다.”

-검토 과정에서 ‘지금이라면 다시 통하겠다’고 판단한 소비자 반응이나 시장 변화가 있었다면.

“우선 술을 마시는 방식이 달라졌다. 젊은 세대는 술을 덜 마시는 대신 마실 때는 취향에 맞는 한 잔을 고르고, 위스키 같은 증류주가 젊은 층으로 퍼지면서 부담 없는 양주를 새롭게 즐길 여지가 커졌다. 여기에 레트로를 재미있게 소비하는 뉴트로 흐름까지 맞물리지 않았나. 이야기가 있는 캪틴큐가 다시 통하겠다고 판단한 이유다. 특히 MZ세대는 직접 겪어 보지 못한 것을 경험해 보고 싶어 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런 요소가 재출시에 힘이 됐다.”

-재출시를 기획하며 가장 먼저 떠올린 소비자는 누구였나. 캪틴큐를 마셔본 세대와 이름만 아는 세대의 기대는 어떻게 다를 것으로 봤나.

“20대부터 40대까지 폭넓게 봤고, 가장 먼저 반응할 거라고 본 건 밈으로 먼저 접한 20대였다. 20대는 술을 많이 마시기보다 마실 때 재미있고 이야기가 있는 걸 고르는 세대라고 생각했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 분들은 추억과 함께 ‘이번엔 제대로 만들었다’는 걸 기대하실 것 같았다. 두 집단이 같은 병을 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캪틴큐 브랜드의 힘이 아닐까.”

-새로운 럼에 ‘캪틴큐’라는 이름을 이어 붙인 이유는 무엇인가. 옛 제품에서 반드시 지키고 싶었던 요소는.

“새 이름을 붙이면 이야기를 처음부터 쌓아야 하지 않나. 캪틴큐에는 1980년부터 쌓인 이야기가 이미 존재한다. 이름과 병 모양, 로고, 헤리티지 라벨은 지키고 맛은 정통 럼으로 새로 만든 이유다. 표기(캪틴큐)도 1980년 출시 때 그대로인데, 현행 외래어 표기법이 1986년에 확정돼서 그보다 먼저 나온 이름입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캡틴큐지만 원래 표기를 지키는 것도 이 브랜드의 정체성이라고 봤다.”

-과거 제품과 이번 제품의 원료·제조 방식·맛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졌나.

“헤리티지는 이어가지만 원료와 맛은 달라졌다. 정통 캐리비안 다크럼 원액을 쓰고 버번 캐스크에서 1차 숙성한 뒤 PX 셰리 캐스크에서 추가로 숙성했다. 묵직한 바디감과 달콤쌉싸름한 풍미에 열대과일 느낌을 더했다. 도수와 용량은 이전과 같은 35도, 360㎖ 용량이다.”

-제품 개발 중 가장 의견이 갈렸던 지점은.

“가장 고민한 건 ‘소비자가 생각하는 양주가 무엇인지’였다. 소비자 조사에서 대부분이 양주를 위스키로 인지하고 계셨다. 원액을 위스키로 해야 할지 기존 헤리티지를 살려 럼으로 해야 할지 오래 고민했다. 결국 럼으로 결정한 것은 캪틴큐의 출발점이 럼이었기 때문이다. 위스키가 익숙한 시장에서 기존 헤리티지를 따라가며 정면 승부해 보자는 판단이었다.”

김동준 롯데칠성음료 청주BM팀 스피리츠 담당 프로가 캪틴큐 ‘타임머신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김동준 롯데칠성음료 청주BM팀 스피리츠 담당 프로가 캪틴큐 ‘타임머신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다.

-밈을 보고 궁금해서 한 번 구매하는 것과 맛이 좋아 다시 구매하는 것은 다를 것 같다. 캪틴큐의 ‘두 번째 구매’를 이끌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인가.

“밈으로 인해 호기심이 생겨 한 번 구입할 수는 있지만, 다시 찾게 하는 건 결국 맛과 마시는 방식이다. 정통 럼의 묵직하고 달콤쌉싸름한 맛에 부담 없는 용량과 합리적인 가격을 갖췄다. 콜라와 라임을 섞은 ‘큐 리브레’나 토닉워터를 더한 하이볼 등 취향에 따라 즐기는 방법도 다양하다. 이제는 많이 마시는 술보다 한 잔을 맛있게 즐기는 술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출시 후 인상 깊었던 반응이 있다면.

“초기 반응 속도였다. 한정 패키지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실 줄 몰라서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웠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20대 고객이 ‘아버지께 꼭 선물해 드리고 싶다’고 남긴 글이다. 아버지의 추억을 떠올리는 자녀가 이번에는 그 추억을 선물로 건네는 것 같아서, 세대가 같은 병을 놓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말이 실제로 이뤄지는구나 싶었다.”

-앞으로 공식 마케팅에서도 캪틴큐의 밈을 활용할 계획인가. 이제 소비자들에게 어떤 술로 기억되고 싶은지.

“밈은 앞으로도 웃으며 재미 요소로 가져갈 계획이다. 맛은 부드러워졌지만 35도의 강한 술이라는 점은 그대로다. 물론 숙취나 과음을 장담하거나 부추기는 표현은 쓰지 않고 적정 음주를 하실 것을 먼저 말씀드린다. 소비자들께는 ‘전설의 그 술’을 넘어 다시 찾게 되는 대중 양주로 기억되고 싶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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