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모든 땀방울이 기록지에 남는 건 아니다. 벼랑 끝에서 멀티이닝 완벽투를 펼친 전상현(KIA)이 경기 후 돌아본 건 동료들의 헌신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몸을 풀면서도 종종 등판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불펜 투수들. 호랑이의 가을을 떠받치는 보이지 않는 힘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KIA는 지난 3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서 열린 삼성과의 2026 신한 SOL KBO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4차전에서 4-2로 역전승했다. 시리즈 전적 2승2패로 균형을 맞추며 다음 달 1일 대구에서 최종 5차전을 치른다.
마지막 퍼즐은 전상현이 맞췄다. KIA가 7회 말 3점을 뽑아 전세를 뒤집자 8회 초 마운드에 올랐다. 결과는 2이닝 1탈삼진 무실점 역투다. 22구를 던져 여섯 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하며 세이브를 수확한 것. 앞서 29일 3차전서도 1⅔이닝을 책임졌던 그는 이틀간 3⅔이닝을 소화하며 마운드를 지켰다.
이번 가을 존재감이 남다르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부터 PO까지 5경기에서 7⅓이닝 무실점, 나아가 세이브 3차례를 써낸 바 있다. 아웃카운트 4개 이상 책임지는 투구도 마다하지 않는다. 전상현은 “원래 많이 던진 다음 날은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더 좋아졌다”며 “마무리 역할을 계속하면서 몸도 적응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물론 몸이 편하기만 한 건 아니다. 가을야구를 치르며 체중이 약 4㎏ 줄었다. 회복을 위해 억지로 음식을 챙겨 먹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하루라도 더 야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전상현은 “지금은 몸 상태를 따질 때가 아닌 것 같다”며 웃었다.
동료들과 함께 공유하는 고충일 터. 전상현은 “불펜 투수들은 하루에 서너 번씩 몸을 풀고도 경기에 나가지 못할 때가 있다. 10개 구단 모두 마찬가지다. 정말 고생을 많이 한다”며 “주목받기 어려운 자리지만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좌완 후배들을 향한 마음도 각별하다. 삼성은 구자욱과 르윈 디아즈, 최형우 등 왼손 강타자들이 즐비한 팀이다. 이를 상대하기 위해 곽도규와 이의리 등도 끊임없이 출격을 준비해야 한다. 전상현은 “상대 좌타선이 워낙 강하다 보니 부담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조금 더 힘을 내줬으면 좋겠다”며 “좋은 투수들인 만큼 이 친구들이 잘해주면 우리도 한결 편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고 힘을 실었다.
대구에서의 결전이 기다린다. 전상현은 “가을야구는 결국 후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2, 3차전에선 그 승부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도 마지막 승부만큼은 결과를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길 바랐다.
끝으로는 “5차전이 끝이 될 수도, 수원으로 가는 길이 될 수도 있다.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해오던 대로 하면 된다”며 “마지막 한 경기라는 생각으로 부담 없이 즐기고, 후회 없이 뛰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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