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막아야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이 따로 없다. 마운드를 종횡무진 누빈다. 팀이 필요로 하는 순간이라면, 기꺼이 나선다.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이다. KIA와의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서 핵심 카드로 활약 중이다. 팀이 승리하는 과정엔 어김없이 그가 있었다. 2차전 마무리로 나선 데 이어 3차전에선 롱릴리프 역할을 해냈다. 원태인은 “감독님께서 가장 믿는 투수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고 웃으며 “루틴이나 이런 건 힘든 상황이지만 경기에 집중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확신의 선발투수다. 원태인은 올해까지 소화한 정규리그 213경기 가운데 206경기를 선발로 나섰다. 7번의 구원 등판도 루키 시절의 일이다. 이번 포스트시즌(PS)을 앞두고 변화를 꾀했다. 익숙한 앞문 대신 뒤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부상으로 이탈한 마무리 김재윤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일종의 비밀병기였다. 가을야구라는 큰 무대서 갑자기 다른 보직을 맡는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일 터. 당장 선발과 불펜은 준비 과정 자체가 다르다. 그럼에도 흔쾌히 받아들이고 준비에 나섰다.
원태인이 바라본 지점은 단 하나, 팀의 승리였다. 원태인은 “단기전에선 늘 해왔던 역할만 할 순 없다고 생각한다. 팀이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에 올라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어떤 자리라도 당연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걱정이 안됐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주어진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다.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코치진에겐 물론, 김재윤, 오승환 등에게 조언을 구했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나설지 모른다. 시시각각 계획이 바뀌기도 한다. 일례로 삼성은 2차전서 선발투수 최원태가 일찍 내려올 경우, 원태인을 최대 4이닝까지도 활용하려 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결과적으로 이날 원태인은 1⅔이닝만 소화했다. 원태인은 “머리도 복잡하고 몸도 조금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선발 때는 등판 일에 맞춰 컨디션을 올렸다면, 지금은 매일매일 대비를 해야 한다”면서도 “재밌기도 하다. 감독님께서 믿으니 최종 병기로 쓰시는 것 아닐까”고 미소 지었다.
4차전도 대기다. 데뷔 첫 연투를 해야 할 수도 있다. 원태인은 “만약 나서게 된다면, 고등학교 이후 처음이지 않을까 싶다”면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 모르지만 멀티보단 1이닝 무조건 막는다는 생각으로 힘 있게 던지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4차전을 앞두고 박진만 삼성 감독은 ‘원태인의 투입 시기’에 대해 “9회 나간다”고 답했다. 승리를 바란다는 의미다. 천하의 원태인도 긴장감을 숨기지 않았다. “세이브 안 올려도 된다. 점수 많이 내서 팀이 이겼으면 좋겠다”고 눈빛을 번뜩였다.
광주=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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