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팀 OPS(출루율+장타율) 1위라는 화려한 성적표에도 감춰진 빈틈은 있었다. 막강한 화력에 가려졌던 프로야구 KIA의 ‘풍요 속 빈곤’ 현상이다. 해묵은 1·2번 타순의 출루 문제가 이제 호랑이의 가을마저 위협하고 있다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시리즈 전적 1승2패다. KIA는 지난 29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서 열린 삼성과의 2026 신한 SOL KBO PO 3차전에서 4-6으로 패했다. 30일 같은 장소에서 치르는 4차전마저 내주면 한국시리즈(KS) 문턱서 가을 여정을 마감한다.
믿었던 대포가 터지지 않은 것도 아니다. 김도영이 3회 역전 솔로포를, 나성범이 6회 동점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하지만 두 차례 모두 한 점씩 보태는 데 그쳤다. 아쉬운 건 앞선 타순의 출루였다. 이날 1·2번을 맡은 박재현과 김호령은 합계 9타수 1안타로 침묵했다.
박재현은 9회에야 첫 안타를 신고했고, 김호령은 네 타석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포스트시즌(PS) 및 PO 한 경기 최다 삼진 타이 기록을 떠안은 순간이다.
문제는 이런 침묵이 시리즈 내내 이어지고 다는 점이다. PO 세 경기서 KIA의 선발 테이블세터는 24타수 2안타(타율 0.083)에 그쳤다. 볼넷 하나 없이 득점도 없었다. 특히 2번 타순에선 10타수 무안타 6삼진(선발 기준)으로 고개를 숙였다. 희생플라이로 타점 하나를 올렸을 뿐, 11차례 타석에서 출루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밥상’ 문제는 사실 예고된 난관이었다. KIA는 정규리그서 팀 장타율 0.435로 리그 1위에 올랐지만, 정작 1번 타순 출루율은 0.315로 최하위였다. 2번도 0.332로 9위에 머물렀다. 두 타순 모두 10개 구단 중 볼넷은 가장 적고 삼진은 가장 많았다.
국가대표로 성장한 박재현의 활약은 분명 값진 결실이다. 다만 리드오프로서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다. 정규리그서 2번 타순에 가장 많이 기용된 김호령 역시 기대만큼의 성과(185타석·9볼넷 44삼진)를 냈다고 할 수 없다.
이범호 KIA 감독은 144경기 대장정 동안 확실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가을야구에 나섰다. 그나마 LG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에선 선발 1·2번이 5득점을 합작하며 고민을 덜어주는 듯했다. 하지만 삼성과 맞붙자 어렵게 찾은 활로마저 다시 막혔다.
가을에도 사령탑의 고뇌는 끝없다. 이 감독은 PO 1차전부터 테이블세터의 부진을 짚으며 타순 변경을 저울질했다. 3차전에선 선발투수 상대 전적과 기동력을 고려해 김호령을 다시 2번에 세웠다. 다만 정규리그서 이 자리에 가장 많이 기용하고도 아쉬움이 짙었던 상황이다. 중요한 승부에서 다시 꺼내들었다. 네 타석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는 동안 벤치에선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았다. 타격감이 좋은 한준수 대타 카드를 꺼낸 건 9회였다.
무엇보다 중심 타선의 활약이 온전히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김도영과 해럴드 카스트로, 나성범으로 이어지는 최강 클린업은 이번 가을에만 홈런 9개를 합작했다. 이 가운데 6개가 솔로포였다.
물론 모든 상황에 주자를 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테이블세터가 제 몫을 하지 못하면서 강타자들의 한 방으로 점수를 크게 불릴 기회가 줄어든 건 뼈아픈 사실이다.
정규리그 내내 풀지 못한 숙제를 이번엔 벼랑 끝에서 마주한다. 이 감독은 3차전 패배 후에도 “타순을 어떻게 구성할지 다시 고민하겠다”며 데이터를 살펴 승리 가능성이 높은 조합을 찾겠다고 밝혔다. 선택의 무게가 다르다. 4차전에서도 답을 찾지 못한다면, 이번 PS에선 다시 타순표를 고쳐 쓸 기회조차 사라질 수 있다.
광주=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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