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론 안 입어줬으면 합니다.”
우완 투수 크리스 페덱(삼성)은 홈경기서 선발 등판하는 날이면 정장에 카우보이모자를 입고 출근한다. 일종의 루틴이다. 고향 텍사스 문화를 알리기 위함이다. 포스트시즌(PS)에서도 마찬가지. KIA와의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1차전이 열린 지난 26일, 페덱은 여느 때와 같이 쫙 빼입고 등장했다. 단 하나, 달라진 부분이 있었다. 일거수일투족 함께하는 통역도 정장 차림이었다. 페덱은 “이런 중요한 경기를 느끼는 것도 특권 아닌가. 같이 입어 달라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승리 토템이 아니었던 걸까. 당시 페덱은 4⅔이닝 5피안타(2홈런) 5실점(5자책)으로 흔들렸다. 구속 자체는 150㎞대 중반까지 나왔으나 KIA 타선을 압도하지 못했다. 1-5로 패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77% 유리한 확률을 내줬다. 역대 PO 1차전 승리 팀이 한국시리즈(KS)에 진출한 것은 35차례 중 27번이다. 페덱은 “통역과 멋있게 옷을 입으면 나 또한 좋은 기운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쉽게도 1차전 결과가 좋지 않았다. 앞으로는 입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일 터. 빠르게 털어버리는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인생은 짧다”고 운을 뗀 페덱은 “내면엔 속상한 마음이 있다. 실수했던 부분이나 잘 안 됐던 부분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래도 (1차전) 페이지가 아닌,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설욕을 다짐한다. 정규리그까지 포함해 올 시즌 KIA와의 3차례 만남에서 모두 패했다. 페덱은 “노트에 많은 것들을 적는데, 생각 정리가 됐다. 이제부터는 사적인 감정(설욕)으로 붙고자 한다”고 전했다.
팀이 원한다면, 기꺼이 마운드에 오를 각오가 돼 있다. 팀 동료의 헌신을 바라보며 긍정적 자극도 많이 받았다. 마무리 김재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는 상황이다. 2차전서 선발 자원 원태인이 자리를 옮겨 뒷문을 지켰다. 원태인은 “1차전서 세이브를 못했다. 페덱이 만회할 기회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페덱은 “불펜 경험이 적은 원태인이 팀 승리를 위해 불펜으로 나가고 있다. 정말 좋은 부분이라 본다”면서 “원태인이 불펜으로 이동하면서 선발투수가 부족하다. PO이지 않나. 감독님께서 (4차전에서) 던져달라고 부탁한다면 당연히 던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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