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식 감독 “‘100일의 거짓말’만의 차별점? 첩보 로맨스 드라마라는 장르적인 재미”

유인식 감독이 tvN ‘100일의 거짓말’을 통해 시대극과 첩보, 로맨스를 결합한 새로운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tvN 20주년 특별기획 토일드라마 ‘100일의 거짓말’은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밀정과 사랑, 독립운동을 엮은 첩보 로맨스다. 오는 31일 7회 방송을 앞둔 가운데 유인식 감독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부터 배우들의 캐스팅, 극 중 설정과 메시지까지 직접 밝혔다.

 

“경성역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첫 장면부터 끌렸다”

 

유 감독은 약 3년 전 처음 기획안과 초고를 접했다.

 

그는 “원래 시대의 격랑 속에서 벌어지는 러브스토리와 레지스탕스가 등장하는 첩보 장르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며 “장르의 클리셰에 갇혀 있지 않고 매 순간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선택하는 인물들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경성역에서 시작되는 첫 장면이었다.

 

유 감독은 “기차와 철도는 근대화의 상징이면서 침략과 식민 지배의 수단이기도 했다”며 “경성역은 당시 조선과 경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유정이 연기하는 이가경이 경성역에서 소매치기로 처음 등장한다는 설정도 중요했다. 유 감독은 “재능 있고 똑똑하고 짓궂지만 이 땅에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절망 때문에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인물”이라며 “기존 시대극과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어갈 강력한 추진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첩보와 로맨스, 통역이 만든 긴장감

 

‘100일의 거짓말’의 차별점으로는 ‘첩보 로맨스’라는 장르적 결합을 꼽았다.

 

유 감독은 “밀정이라는 설정에서 비롯되는 긴장감, 적의 마음을 얻으려다 사랑에 빠지는 역설적인 상황, 위태로운 연인들의 러브스토리가 있다”며 “알콩달콩한 로맨틱 코미디 장면이 있는가 하면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첩보 액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어와 영어, 중국어가 뒤섞였던 경성에서 주인공들이 통역생으로 활동한다는 점도 활용했다.

 

그는 “통역이라는 소통의 과정에 첩보가 결합하면서 독특한 서스펜스가 생긴다”며 “그 안에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을 던졌던 사람들의 이야기도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김유정·박진영·김현주…유인식 감독이 본 배우들

 

유 감독은 이가경 역의 김유정에 대해 “반짝이는 기지와 순발력, 능청스러운 연기력 등이 캐릭터와 잘 맞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가경이 가진 강한 에너지에 주목했다. 그는 “가난과 멸시에도 생기를 잃지 않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려는 인물”이라며 “실제로 만난 김유정 배우에게도 그런 에너지가 느껴졌다”고 밝혔다.

 

박진영이 맡은 사토 히데오이자 김태웅은 정체성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이다.

 

유 감독은 “겉으로는 일본인으로 살기 위해 애쓰지만 내면에는 조선인으로서의 자의식과 번민이 가득하다”며 “박진영 배우는 맑은 눈과 허세 없는 연기로 그 흔들림을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현주가 연기하는 유소란은 혹독한 시련을 겪고 복수를 꿈꾸면서도 구국단의 리더로 사람들에게 신뢰를 주는 인물이다.

 

유 감독은 “표정이나 말이 많은 캐릭터가 아니기 때문에 배우 본인의 아우라가 중요했다”며 “김현주 배우에게는 바라보고 있으면 믿음이 가고 기대고 싶어지는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무생에 대해서는 “어느 장면에서도 넘치거나 모자라지 않는 감정을 보여주면서 예상 밖의 해석을 더한다”며 “장면에 좋은 긴장감을 불어넣는 배우”라고 평가했다.

 

최종 빌런 사토 신이치를 맡은 진선규에 대해서는 촬영장 안팎의 반전을 언급했다.

 

유 감독은 “현장에서는 유쾌하고 선량한 분위기 메이커였지만 화면 안에서는 욕망과 악의에 찬 사토 신이치가 있었다”며 “치열한 준비와 몰입의 결과였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실제 역사는 아닌 ‘기송관’, 왜 넣었나

 

지난 방송에서 등장한 조선총독부의 ‘기송관’ 공사 현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유 감독은 “조선총독부 내부에 기송관 시스템이 건설됐다는 것은 실제 역사와 다른 상상의 설정”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다만 당시 총독부 청사가 서구의 최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던 공간이라는 점에서 설정의 개연성을 확보했다고 봤다.

 

그는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 사용되던 기송관 시스템을 조선에도 구축하려 했다는 설정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서양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통역이 필요하기 때문에 첩보전의 소재로도 적합했다”고 설명했다.

 

극 중 기송관 개통 행사는 이후 총독부가 공을 들이는 핵심 사업으로 등장해 긴장감 있는 사건의 배경이 될 예정이다.

 

“살아남기 위해 거짓말하지만, 자신까지 속이지는 않는다”

 

유 감독이 작품을 통해 끝까지 붙잡고 있는 질문은 독립운동가들의 선택이다.

 

그는 “젊은 사람들이 나라를 잃은 책임도,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해야 할 의무도 없었는데 어떻게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선택까지 하게 됐을까를 계속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드라마가 그 답을 찾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질문을 마음에 품고 만든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100일의 거짓말’ 속 인물들은 살아남기 위해 수많은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유 감독은 “자신의 양심과 사랑 앞에서는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시청자들이 인물들의 뜨거운 마음에 조금이라도 닿을 수 있고, 훗날 드라마를 떠올릴 때 그 감정으로 마음을 덥힐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tvN ‘100일의 거짓말’ 7회는 오는 31일 오후 9시 10분 방송된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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