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토크] ‘실락원’ 김현주 “9년 만에 돌아온 아들, 반가움보다 섬뜩함이 먼저 아닐까”

배우 김현주가 영화 실낙원에서 죽은 줄 알았던 아들과 다시 만난 엄마를 연기했다. 그러나 재회는 반가움보다 혼란을 불러온다. 돌아온 아들은 기억 속 어린아이와 너무나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실낙원(연상호 감독)은 9년 전 캠핑스쿨 버스 실종 사건으로 아들을 잃은 류소영에게 아들 류선우(배현성)가 살아 돌아오면서 벌어지는 심리 스릴러다. 소영은 아들이 사라진 뒤 AI 프로그램 낙원의 아이들 속 어린 선우에게 의지해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성인이 된 진짜 선우가 눈앞에 나타난다.

 

시선 너머(2011) 이후 15년 만에 자신의 영화를 극장에서 본 김현주는 “설렘과 긴장을 동시에 느꼈다”며 “내가 출연한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이는 일은 언제나 설렌다. 영화는 큰 스크린으로 내 연기를 봐야 해서 긴장감도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자신의 연기를 자주 확인하는 편은 아니다. 현장에서도 모니터를 거의 보지 않는다고 했다. 김현주는 “자신감이 있어서가 아니라 촬영을 마친 뒤에는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라며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에 가서 작품 전체를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보며 눈물을 흘린 이유도 밝혔다. 자신의 연기에 감동해서 운 것은 아니었다. 촬영 당시 느꼈던 감정이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라는 김현주는 “잠시 잊고 있던 촬영 당시의 감정이 몇 달 만에 그대로 되살아났다. 두 번째 관람부터 영화 전체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세 번째에는 류소영이 아닌 관객의 시선으로 보게 돼 오히려 더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영화에서 소영은 9년 만에 돌아온 아들을 바로 안아주지 못한다. 오히려 낯설고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배우로서 이러한 반응이 소영의 상황에서는 자연스럽다고 봤다.

 

김현주는 “죽었다고 믿었던 아들이 살아 돌아올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소영은 9년 동안 어린아이의 모습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런 사람 앞에 성인 남성이 나타났는데 곧바로 내 아들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다.

 

이어 “죽은 줄 알았던 사람이 돌아온 상황이라면 기쁨보다 낯설고 섬뜩한 감정이 먼저 생길 수도 있다”며 “소영이 처음 마주한 것은 사랑하는 아들이 아니라 자신이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남자에 가까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현주는 소영이 아들을 잃은 순간부터 현실에 발을 딛지 못한 채 살아왔다고 해석했다. AI 아들은 상실을 견디게 하는 위안이었지만, 동시에 소영을 현실에서 멀어지게 했다. 이에 대해서는 “AI 아들과 함께 있을 때 소영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텅 빈 상태라고 생각했다”며 “정말 행복했다면 아침에 밝게 일어나 아이를 보러 갔을 것이다. 소영은 눈을 뜰 때부터 공허하고 힘이 없다”고 설명했다.

 

미혼인 김현주에게 아이를 잃은 엄마의 슬픔과 모성을 표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경험하지 않은 감정을 함부로 단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대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실의 감정에서 인물에게 접근했다.

 

김현주는 “연기는 꼭 같은 일을 경험해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모성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감히, 특히 아이를 잃은 부모의 슬픔을 표현하는 일은 어렵고 조심스러웠다. 오히려 실제 엄마가 아니기 때문에 이 작품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소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어는 연속성이었다. 소영과 선우 사이에는 9년 동안 함께한 시간이 없다. 선우는 소영의 기억 속에서 어린아이로 멈춰 있지만, 현실에서는 성인이 됐다.

 

김현주는 “시간을 함께 보내고 서로의 얼굴을 보며 역사를 쌓아야 ‘내 자식’이라는 감정도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9년이 비어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모성애가 생길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밝혔다.

 

소영의 마음은 영화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김현주는 살아 있는 아들과 엄마의 관계를 지켜보는 장면과 회사에 놓인 조화를 발견하는 장면을 중요한 변화의 계기로 꼽았다.

 

그 이유에 대해 “물에 꽂힌 조화가 소영 자신처럼 보였다. 겉으로는 살아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생명력이 없는 상태다. 그 장면에서 소영이 자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깨닫기 시작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실낙원은 김현주가 지옥(2021, 2024), 정이(2023), 선산(2024)에 이어 연상호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연 감독은 류소영 역을 구상할 때부터 김현주를 떠올렸다. 감정을 너무 강하게 표현하면 억지스럽고, 반대로 힘을 지나치게 빼면 관객이 알아채기 어려운 역할이기 때문이다.

 

김현주는 연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내가 어떤 가능성을 갖고 있어도 표현할 수 없다”며 “감독님은 나조차 확신하지 못했던 부분에 도전하게 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밝혔다.

 

더불어 “감독님은 작품의 큰 틀은 분명하게 잡지만, 그 안에서는 배우가 자유롭게 움직이게 해준다”며 “나를 믿어주는 감독과 함께하면 현장이 내 무대처럼 편안해진다. 그만큼 더 좋은 연기가 나올 수 있다고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김현주는 작품의 결과보다 배우로서 지켜야 할 태도를 언급했다.

 

그는 “작품이 좋은 결과를 얻고 많은 분이 사랑해주시면 감사하다. 하지만 그 결과로 내 삶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며 “앞으로도 한 작품씩 소중하게 여기고 인물을 진실하게 표현하겠다. 연기를 마친 뒤에는 비워내고, 다음 작품을 만나면 다시 채워가겠다. 어떤 결과가 찾아와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지금처럼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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