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라린 패배의 기억은 잠잠해진 승부욕을 다시 깨웠다. 프로배구 현대캐피탈이 새 시즌 설욕을 다짐하며 대권 탈환의 시동을 걸었다. 변화의 중심에는 아시아쿼터 장추안이 있다. 컵대회 성적표는 맑고 흐림이 공존했다. 호흡을 맞출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탓이다. 갈수록 손발이 맞아 들어갈 장추안의 잠재력, 그 기대감이 현대캐피탈의 다가올 시즌을 이끌 강력한 무기다.
현대캐피탈의 최근 흐름은 좋지 않다. 2025 KOVO컵을 시작으로 2025~2026 V리그 남자부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왕좌를 모두 대한항공에 내줬다. 이번 2026 KOVO컵 결과도 아쉬움을 남겼다. 조별리그 3차전서 대한항공에 셧아웃 패배를 당한 데 이어, 결승 무대에서도 다시 한번 무릎을 꿇었다. 현대캐피탈로서는 독주 체제를 구축한 라이벌의 아성을 반드시 무너뜨려야 하는 명확한 과제를 떠안았다.
해답은 새 얼굴 장추안이다. 자국 리그에서 최우수선수(MVP)만 세 차례 거머쥔 베테랑이다. 지난 5월 단기 계약으로 현대캐피탈에 합류했고, 검증된 기량을 인정받아 지난 7월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높이에 취약했던 아포짓 스파이커 포지션의 갈증을 해소하고 공격 선택지를 넓히기 위함이다.
이번 컵대회는 기량을 다 보여주기에 여건이 마땅치 않았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 차출 여파로 팀 합류 시점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선수들과 손발을 맞출 물리적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코트 위 폭발력은 확실했다. OK저축은행전(18점·성공률 53.57%)과 삼성화재전(19점·성공률 83.33%)에서 연달아 팀 내 최다 득점을 올리며 주포 역할을 다했다. 3차전 이후부터는 상대의 집중 견제 속 한 자릿수 득점에 그쳤지만 레오, 허수봉과 함께 공격의 한 축으로서 역할을 해냈다.
다만 한계와 과제도 뚜렷했다. 장점으로 꼽히는 서브와 높이에서 기대만큼의 효율을 내지 못했다. 5경기 동안 서브 5개, 블로킹 7개를 성공하는 데 그치며 전반적인 성공률이 저조했다. 세터와의 단조로운 호흡 탓에 공격 루트가 상대 블로커진에 쉽게 읽힌 점도 보완점으로 남았다.
사령탑의 진단 역시 이와 맞닿아 있다.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세터와 호흡이 완전히 맞지 않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다. 공 처리도 아쉬움이 남았다”며 “경기를 거듭할수록 서브 효율이 떨어진 점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적응기를 감안하면 무난한 출발이다. 호흡을 맞춰갈 시간은 충분하다. 다듬어질수록 현대캐피탈 공격의 파괴력은 배가될 수 있다. 정규리그에서 그 이상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