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로 데뷔해 대중의 관심을 받는 순간 미성년 연예인은 무대 위 성과만 감당하는 것이 아니다. 가족을 둘러싼 논란, 방송 연출에 대한 비판, 온라인상의 성적 대상화까지 떠안게 된다. 아직 성장 중인 아이들에게 대중의 관심은 꿈을 이룰 기회이자 감당하기 어려운 압박이다. 논란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지, 그 과정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지킬지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데뷔와 동시에 돌풍을 일으킨 A2O 라이트의 2013년생 막내 아이찡도 예외가 아니었다. 춤 실력으로 주목받던 그는 부모가 운영했던 중국 교육업체에서 직원 임금이 체불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부모 측은 사업 악화로 대금 지급이 늦어진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아이찡의 어머니는 딸이 해당 사업과 분쟁에 무관하다고 밝혔다.
논란의 당사자는 부모였지만 비판의 화살은 이제 막 데뷔한 딸에게까지 향했다. 부모의 사업상 책임과 딸의 연예 활동은 구분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왔지만 데뷔 전에 문제를 정리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아이가 관여하지 않은 일이 아이의 이미지와 활동에 그대로 영향을 미친 셈이다.
어린 출연자를 대중에게 노출하는 방식도 꾸준히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방송을 앞뒀던 오디션 프로그램 언더피프틴은 티저 영상에서 어린 참가자들에게 짙은 화장과 노출 있는 의상을 입힌 연출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참가자 프로필에 바코드 이미지를 넣은 것도 아이들을 상품처럼 다룬다는 지적을 불렀다. 참가자 중에는 초등학생 나이의 아동도 있었다. 어린 나이에 연예 활동을 준비하는 현실보다 이들을 어떤 이미지로 연출하고 소비하게 하느냐가 논란의 핵심이었다. 제작사는 결국 출연자 보호를 이유로 편성을 취소했다.
온라인에서 아이들의 얼굴이 소비되는 방식도 문제다. 화제가 된 무대 장면은 곧바로 밈과 패러디, AI 합성 영상으로 재생산된다. A2O 라이트 역시 데뷔곡 도입부의 어린 멤버 페어 안무가 숏폼으로 퍼지며 각종 패러디와 합성 영상이 쏟아졌다. 가벼운 놀이처럼 보이지만 미성년자의 얼굴과 몸짓이 당사자 의사와 무관하게 무한 복제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그 끝에는 딥페이크가 있다. 연예인을 겨냥한 불법 합성물 제작·유통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미성년 아이돌의 얼굴을 성인 나체 이미지에 합성한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미성년 연예인은 데뷔 전후로 여러 형태의 논란과 피해에 노출된다. 가족 문제로 비난받기도 하고 제작 과정에서 성적 대상화 논란의 당사자가 되기도 하며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딥페이크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감당해야 하는 것은 온라인 비판만이 아니다. 활동에 미칠 영향, 주변의 시선, 심리적 부담까지 함께 짊어진다.
업계에서는 소속사와 제작사가 논란 이후 입장문을 내거나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성년 아티스트의 이미지와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성적 대상화 우려가 있는 의상·안무·홍보물을 사전에 점검하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딥페이크와 악성 게시물에 대해서는 신속한 증거 확보와 삭제 요청, 수사기관 신고 등 실질적인 대응 체계를 갖추고, 당사자가 홀로 여론을 감당하지 않도록 심리 상담과 위기 대응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무엇보다 아이를 논란의 책임자로 앞세우지 않는 원칙이 중요하다. 부모의 문제는 부모가, 연출의 문제는 제작 주체가, 불법 합성물은 이를 만들고 퍼뜨린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
한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어린 나이에 대중 앞에 섰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비난과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아이들이 꿈을 펼치는 무대가 논란과 상처를 홀로 견뎌야 하는 공간이 되지 않도록 업계의 책임 있는 대응과 실효성 있는 보호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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