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아이돌의 빛과 그림자] “전수조사 시급…산업 성장만 강조 말고, 청소년 보호도 살펴야”

에이투오 라이트. 사진=A2O엔터테인먼트
에이투오 라이트. 사진=A2O엔터테인먼트 

 

10대 초중반의 어린 나이에 데뷔하는 K-팝 아이돌이 늘어나면서 미성년 아티스트의 권익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아이돌과 연습생들의 학습권과 사회적 발달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겸 중원대 사회과학대 특임교수는 26일 아이돌 데뷔 연령이 낮아지는 배경으로 “기존 연령대에서는 더 이상 시장의 확장성이 크지 않다 보니 중학생 이하,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영역을 넓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연령대를 낮추면 아티스트의 활동 기간이 길어지고 팬덤 역시 지속 가능성이 높아지는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K-팝 시장의 포화와 더불어 팬덤의 저연령화 또한 원인으로 꼽았다. 김 평론가는 “요즘에는 초등학생들도 K-팝에 관심이 많고, 동요가 따로 없지 않나.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노래가 유치원생에게까지 인기를 끌었다”며 “팬들의 연령대가 낮아지고, 모바일 환경의 확장으로 음악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돌들의 연령대도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데뷔하는 만큼 성장 과정에서 보장받아야 할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김 평론가는 “청소년기에는 학습도 해야 하고, 교우 관계 등 사회적 발달도 굉장히 중요한데 이런 부분이 과연 보장되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데뷔 이후 아티스트 활동을 지속하지 못하고 중도에 탈락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이들의 진로를 어떻게 지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 평론가는 “지금의 트렌드는 외형적인 게 아니고 가수와 팬과의 관계성이 중요하다. 아이돌의 기량이나 뮤직비디오와 같은 콘텐츠가 아니라 팬들과 상호작용을 어떻게 할 거냐는 게 지금 K-팝의 고민”이라며 “미성년자일수록 소통을 많이 하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철학을 갖추고 감성을 표현하는 게 필요한데 어린 아이돌들이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미성년 아티스트의 인권 보호를 개별 기획사의 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현행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에 청소년의 학습권과 휴식권, 건강권 등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 마련돼 있지만, 이러한 권리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보장되는지 체계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 평론가는 “국내 연습생부터 데뷔한 아이돌까지 얼마나 많은 팀이 있고 이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노동권과 학습권은 제대로 보장되는지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업계 자율로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권고 수준에 불과한 가이드라인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문제가 생겼을 때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너무 늦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진 만큼 중국 등 해외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김 평론가는 “해외에서까지 정부의 규제나 가이드라인이 영향을 미치기는 어렵다. 해외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K-팝, 나아가 한국의 브랜드 가치까지 훼손될 수 있다”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정부가 업계와 함께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청소년 보호 문제가 문화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 만큼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김 평론가는 “문화체육관광부뿐 아니라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등 4개 이상의 부처가 함께 공조해야 할 사안”이라며 “대중문화교류위원회가 콘텐츠 산업의 경제적 성장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 보호와 인권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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