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후 고환 통증 반복… 혈관질환 ‘정계정맥류’ 확인하세요

헬스, 러닝, 축구, 자전거 등 운동을 즐기는 남성이 늘면서 운동 후 사타구니나 고환 주변의 불편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운동을 많이 한 날 고환이 묵직하거나 당기는 느낌이 들면 단순 근육통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비슷한 증상이 반복되고 음낭 위쪽으로 굵은 혈관까지 만져진다면 ‘정계정맥류’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정계정맥류는 고환 주변의 정맥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는 혈관질환이다. 성인 남성의 약 15%에서 발견되는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해부학적 특성 때문에 대부분 왼쪽에서 발생한다.

 

김건우 민트병원 인터벤션센터 원장(인터벤션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고환에서 나온 혈액은 정맥을 따라 심장 방향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정맥 판막 기능이 떨어지거나 혈액이 원활하게 빠져나가지 못하면 아래쪽으로 역류하면서 고환 주변 정맥에 혈액이 고이게 된다”며 “이로 인해 고환 위쪽 혈관이 굵어지고 구불구불해지는 것이 정계정맥류”라고 말했다.

 

초기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지만 일부에서는 고환이 묵직하거나 당기는 느낌, 뻐근한 통증 등이 나타난다. 오래 서 있거나 활동량이 많은 날 불편감이 심해지고, 누워 쉬면 증상이 줄어드는 것이 비교적 특징적이다.

Athlete using foam roller for stretching muscles on sports field
Athlete using foam roller for stretching muscles on sports field

◆웨이트 운동이 정계정맥류 만드는 건 아냐

 

운동 후 통증이 생겼다고 해서 헬스나 웨이트트레이닝이 정계정맥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이미 정계정맥류가 있는 사람은 운동이나 장시간 서 있는 활동 이후 증상이 더 두드러질 수 있다.

 

특히 스쿼트나 데드리프트처럼 무거운 중량을 들면서 숨을 참고 배에 강한 힘을 주는 운동은 복압을 크게 높인다. 실제 정계정맥류 진찰에서도 환자가 숨을 참고 배에 힘을 주는 ‘발살바 동작’을 하면 늘어난 정맥이 더 잘 만져진다.

 

따라서 운동할 때 잠깐 묵직했다가 금방 좋아지는 정도라면 운동을 모두 중단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무거운 운동을 할 때마다 통증이 반복되거나 운동을 마친 뒤에도 불편감이 오래 지속된다면 운동 강도를 낮추고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음낭에 울퉁불퉁한 혈관 보인다? ‘진료 필요’

 

정계정맥류가 진행되면 고환 위쪽으로 구불구불한 혈관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눈으로 보이기도 한다. 김건우 원장은 “음낭 위쪽에 굵어진 혈관이 눈에 보이거나 좌우 고환 크기에 차이가 느껴지는 경우, 임신을 준비하면서 정액검사 이상이 확인된 경우에도 진료가 권고된다”고 조언했다.

 

정계정맥류는 남성난임과 관련이 있지만 정계정맥류가 있다고 모든 남성에게 난임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피임하지 않았는데도 정상 임신이 잘 되지 않는다면 남성의 경우 정계정맥류 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서서 진찰하고 도플러 초음파로 역류 확인

 

정계정맥류는 먼저 서 있는 자세에서 고환과 음낭을 직접 보고 만져보는 진찰을 한다. 필요하면 도플러 초음파를 통해 고환 주변 정맥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혈액이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정맥 역류가 있는지 확인한다. 동시에 부고환염이나 고환 자체의 이상 등 다른 원인이 통증을 유발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살펴볼 수 있다.

 

다만 초음파에서 혈관이 조금 늘어나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정계정맥류의 정도와 통증 여부, 실제 촉진 소견, 고환 크기, 임신 계획과 정액검사 결과 등을 종합해 정계정맥류 3기 이상의 경우 치료를 결정한다.

 

◆갑작스러운 극심한 고환통, 응급질환 가능성

 

모든 운동 후 고환통증을 정계정맥류와 연결해 생각해서도 안 된다. 정계정맥류 통증은 대부분 묵직하거나 당기는 느낌으로 서서히 나타나는 편이다. 반대로 한쪽 고환이 갑자기 매우 심하게 아프고 붓거나 메스꺼움·구토까지 동반된다면 고환염전과 같은 응급질환 가능성이 있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이 밖에도 부고환염, 고환염, 탈장, 외상 등 다양한 원인이 고환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운동 후 잠깐 나타나는 불편감이라고 가볍게 넘기기보다 통증이 반복되는지, 오래 서거나 운동 후 심해지는지, 음낭 주변에 굵어진 혈관이 보이거나 만져지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김건우 원장은 “혈관이 눈에 띄게 튀어나오거나 고환의 묵직한 통증이 반복된다면 정계정맥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진료와 도플러 초음파 검사를 받아볼 것”이라 조언했다.

 

정계정맥류는 피부 절개 후 혈관을 잘라 묶는 수술과 혈관 안으로 진입해 색전물질로 문제 혈관을 막는 색전술이 있으며 둘 다 혈액이 역류하는 혈관을 폐쇄하는 방법이다. 환자의 선호도, 회복 기간, 마취 종류 등을 고려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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