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날개를 활짝 폈다. 끈끈한 조직력과 챔피언의 클래스를 입증하며 새 시즌을 향한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25일 전남광주 여수 진남체육관에서 끝난 현대캐피탈과의 2026 여수 NH농협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결승전에서 세트 스코어 3-1(26-24 21-25 25-23 25-21)로 승리했다.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은 매번 우승 길목에서 마주치는 숙적이다. 2025~2026시즌 상대 전적 3승3패가 말해주듯 매 순간 치열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대한항공이 라이벌 관계의 균형을 완전히 깼다. 조별리그 A조 첫 맞대결에서 가볍게 셧아웃 승리를 거뒀고, 왕좌를 두고 다툰 결승전 무대에서도 다시 한 번 꺾었다. 2년 연속 KOVO컵 정상에 오르며 통산 7번째 금자탑을 쌓았다.
‘원팀’이 만든 기적이었다. 사령탑의 부재로 전술 및 선수단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했다. 헤난 감독은 허리 디스크 통증이 심각해지며 지난 21일 현대캐피탈전을 앞두고 서울로 상경해 수술을 받았다.
배구는 사령탑의 전술과 판단이 경기 결과를 좌우하는 종목이다. 수장의 부재는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달랐다. 리더의 공백은 무너질 이유가 아닌, 더 강하게 뭉친 계기가 됐다. 코칭스태프는 유기적인 역할 분담으로 빈자리를 메웠고, 선수들은 서로를 다독이며 한 발 더 뛰었다.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가 무색한 두터운 선수층이 힘을 더했다. 상황에 맞춰 코트에 들어선 이들이 제 몫을 다해내며 체력 안배와 전력 유치라는 선순환을 완성했다.
핵심은 외국인 선수 케트진스키의 전술적 유연성이었다. 케트진스키는 아포짓 스파이커와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를 모두 소화하며 공격 라인에 다양성을 부여했다. 케트진스키가 아웃사이드 히터로 이동할 때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를 채운 임동혁은 고비마다 중책을 완벽히 수행했다.
케트진스키는 결승전에서 전날 부진을 만회했다. 준결승전에서는 9차례 공격 시도가 모두 무위에 그쳤으나, 이날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25점)은 물론 60% 이상의 높은 공격성공률을 기록했다. 팀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결정적인 연속 득점으로 우승을 견인했다. 케트진스키는 기자단 투표 34표 중 13표를 받아 12표를 받은 팀 동료 김규민을 제치고 대회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했다.
한편 헤난 감독의 코트 복귀 시점은 아직 미정이다. 다만 건강 상태는 빠르게 호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기장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헤난 감독 대신 팀을 이끈 하파엘 헤드위즈 코치는 “감독님이 통증이 많이 줄어 일상적인 걸음걸이가 가능할 정도로 회복세에 있어 기쁘다”며 “코트 위 선수들의 투지와 웜업존의 열정적인 응원을 크게 칭찬하셨다”고 전했다.
여수=박상후 기자 psh655410@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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