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멀미 저감을 겨냥한 조명,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돕는 안경, 트렁크 활용도를 높이는 바닥판. 현대차·기아 임직원의 상상이 고객의 이동 경험을 바꾸는 기술로 구체화하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아이디어 경연을 혁신의 통로로 활용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일상의 불편을 기술로 푸는 연구개발 문화를 키우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직원들의 번뜩이는 아이디어 눈길
현대차·기아가 지난 19일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연 ‘2026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올해로 17회를 맞았다. 2010년 시작된 이 행사는 임직원이 제안부터 실물 제작까지 맡는 경연이다. 올해 본선에 오른 6개 팀은 제작비와 공간을 지원받아 약 4개월간 아이디어를 구현했다.
대상은 ‘트라이폴드 러기지 보드’가 차지했다. ‘아이-브릿지’는 시각장애인의 보행을 지원하고, ‘멀미 Zero’는 실내조명과 후석 화면을 활용한 멀미 저감 아이디어다. 아이 체형에 맞춰 형태가 달라지는 ‘핀 프린트 시트’와 인공지능(AI) 기반 영유아 모니터링 기술 ‘늘봄’도 선보였다.
행사의 성과는 양산과 실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1년 최우수상 수상작 ‘다기능 콘솔’은 싼타페의 ‘양방향 멀티 콘솔’로 적용됐다. 2023년 대상작인 시각장애인 버스 탑승 지원 기술 ‘데이지’는 LG유플러스와 실증시험을 진행했다. 직원의 제안을 시제품으로 만들고 사용자의 의견을 받아 다듬는 과정이 축적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기업들도 아이디어 각축
해외 기업도 비슷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토요타는 지난해 글로벌 해커톤 ‘SWARM’에서 50개가 넘는 팀이 모빌리티·제조·안전 분야 시제품을 겨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직원 1500명 이상이 참여한 전사 AI 해커톤의 우수 아이디어를 업무 자동화에 적용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 디지털솔루션은 지난해 ‘I.mobilothon 5.0’에서 인도와 독일 참가자들이 모빌리티·디지털 고객 경험 등 25개 사업 과제의 해결책을 개발하도록 했다. 기업마다 주제와 참여 범위는 다르지만 구성원의 지식을 작동하는 결과물로 바꾼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차량용 앱 개발로 실험의 폭을 넓혔다. 아이디어 페스티벌 하위 프로그램으로 신설한 ‘24H 코드 레이스’에는 25개 팀, 100여 명이 참여했다. 24시간 개발 경연에서 대상을 받은 ‘테일싱크’는 주행 정보와 아동 반응을 연동하는 오디오 동화 서비스다. 목적지 도착 시점에 이야기가 끝나도록 설계됐다. 회사는 수상작의 차량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현대차·기아 행사의 특징은 수개월간의 실물 제작 지원에 차량용 소프트웨어 경연을 더했다는 점이다. 부품의 구조 개선부터 탑승객을 위한 디지털 서비스까지 직원들이 시험할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고객의 필요를 살피는 직원의 시선에 제작 자원과 검증 기회를 결합한 구조다. 작은 불편을 발견하고 해결하는 경험이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을 쌓는 자산이 될 수 있다.
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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