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원의 쇼비즈워치] 짧아지던 K-팝의 역주행…다시 돌아온 ‘3분의 미학’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걸그룹 에이 투 오 라이트(A2O LITE)가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지난 12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걸그룹 에이 투 오 라이트(A2O LITE)가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A2O 라이트가 K팝 씬 화젯거리를 독점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 이수만 프로듀서가 설립한 기획사 A2O엔터테인먼트 소속 신인 걸그룹 얘기다. A2O 라이트가 이처럼 짧은 시간 내 ‘화제성 진공청소기’로 거듭난 중심엔 그 파죽지세 음원 성과가 자리 잡고 있다. 데뷔 디지털 싱글 ‘NEON’은 멜론 등 국내 유수 음원 플랫폼에서 최단기간 기록 등을 경신하며 1위를 차지했고, 그 기반으로 ‘더 쇼’ ‘쇼챔피언’ ‘엠카운트다운’ 등 음악방송에서도 1위를 거머쥐었다. 그렇게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K팝 씬 전체가 A2O 라이트 화제로 그득 찬 시점이다.

 

A2O 라이트 인기 비결은 대부분 하나로 모인다. 이른바 ‘K팝 노스탤지어’를 작렬시키는 팀이란 것. 그중에서도 대략 15년 전쯤인 2010년대 초반 ‘K팝 2세대’ 스타일의 구현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수만 대표가 설립한 SM엔터테인먼트 기준으로 보면 2009년 데뷔한 에프엑스 정도가 그 지향점인 것으로 회자되고, 국내외 대부분 K팝 리스너들도 에프엑스를 잇고 있단 평가를 가장 많이 내놓는다. 한 마디로 ‘올드 K팝’의 재래란 얘긴데, 그러면서 ‘NEON’의 러닝타임을 짚는 의견도 빈번히 등장하곤 한다.

 

‘NEON’은 3분28초짜리란 점 탓이다. 음원 차트를 휩쓰는 곡 중 특히 댄스음악 상당수가 러닝타임 3분 이하로 내려간 게 벌써 4~5년 전부터, 그것도 2분에 점점 가까워지는 추세란 관찰이 나오던 터다. 이런 흐름에 ‘마치 15년 전처럼’ 3분28초짜리 곡을 대중음악 시장에서 가장 트렌디한 상품이라는 걸그룹 데뷔 싱글로 내놓았단 것. 그대로 복고 내지 강한 노스탤지어 지향을 엿볼 수 있단 의견이다.

 

물론 그 자체로 딱히 틀린 얘기라 보긴 어렵다. 그러나 살펴보면 더 흥미로운 점을 발견하게 된다. 지금 국내 음원 차트 상위권엔, 지난 수년간 트렌드와 달리, 3분을 넘어가는 곡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애초 ‘짧은 곡’ 진원지와도 같았던 ‘트렌드의 걸그룹’ 차원에서 ‘댄스음악’ 기준으로 봤을 때도 그렇다.

 

당장 멜론 일간 10월23일자 차트 10위권에서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NEON’ 외에 리센느의 3곡 모두 3분을 넘어선다. 차례로 ‘LOVE ATTACK’ 3분2초, ‘Deja Vu’ 3분4초, ‘Pretty Girl’ 3분30초다. 추가로 아이오아이의 ‘갑자기’도 3분15초. 50위까지로 넓혀보면 여기에 에스파의 ‘LEMONADE’(3분7초), 하츠투하츠의 ‘RUDE!’(3분20초), 엔믹스의 ‘Blue Valentine’(3분6초)과 ‘Heavy Serenade’(3분), 아이브의 ‘Looks Can Kill’(3분16초) 등이 더 들어간다. 물론 아일릿의 ‘It’s Me’(2분19초)나 키키의 ‘Pop Off Pop Off’(2분22초)처럼 기존 트렌드에 걸맞는 곡들도 존재하지만, 전반적으론 3분을 넘어서는 곡들이 대세다.

 

결국 ‘NEON’도 이처럼 또 한 번 바뀌어 가는 새 트렌드에 맞춘 러닝타임 설정일 뿐, 흐름에 저항하는 안티트렌드 모험이라 보긴 어렵단 얘기. 그러면 여기서 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애초 저 ‘짧은 곡’ 트렌드도 따지고 보면 단순히 대중의 취향상 변덕 같은 게 아니라, 뉴미디어 폭증 및 숏폼 전성시대 속성에 세계 대중음악계가 적응한 결과였다고 봐야 한다. 여기서 미디어 환경 자체는 그간 달라진 게 없는데 어떻게 러닝타임 트렌드만 달라질 수 있느냐는 것. 확실히 미스터리한 부분이 맞지만, 크게 두 가지 지점에서 원인을 유추해 볼 순 있다.

 

먼저 공급자 측 의지, 즉 K팝 기획사 측에서 자사 팀들 타이틀 곡을 보다 긴 호흡의 곡들로 대체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을 수 있다. 그 배경으론 2010년대 이후 세계 대중음악계 수익구조가 철저히 공연 중심으로 변모한 점을 짚을 수 있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된 직후부터 대중음악 공연시장 폭증세로 흐름을 좇아갔다. 그런데 킬링 파트 한두 소절로 끊어 치는 짧은 곡들 중심으론 소비자들의 공연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단 현실에 가로막힌다. 그렇게 짧고 자극적인 2분짜리 곡들의 연속으론 2시간 공연을 구성하기에 지나치게 피로감이 심하고 공연에 몰입하기가 힘들어진단 것.

 

물론 이렇듯 공급자에게만 좋은 발상으로 전체 음원 시장이 뒤집어 질 순 없다. 결국 음원 소비자들도 그런 전환에 대한 요구가 차오르기 시작했다고 볼 필요가 있다. 여기서 짚을 부분은 ‘걸그룹 차원’이란 부분이다. 지금도 보이그룹 음원은 짧은 곡 트렌드가 딱히 달라질 조짐이 보이진 않는다. 코르티스의 ‘REDRED’는 여전히 2분44초, 에이티즈의 ‘BAD’도 2분37초다. 빅뱅의 ‘BiiiG’도 2분45초. 그런데 걸그룹에 있어선 서서히 짧은 곡들 선호가 보이그룹에 비해 눈에 띄게 빠지기 시작하면서 보다 긴 호흡의 곡들을 선호하는 흐름이 포착되기 시작했단 것.

 

어쩌면 ‘걸그룹에 있어선’ 보다 서정적인 감흥, 인트로와 브릿지 등을 고스란히 갖추고 감정적 고조와 해소의 메커니즘을 구사하는 보다 드라마틱하고 전통적인 구성을 선호하게 됐을 수 있다. 그런 식으로 놓고 보면 새로운 트렌드 신호탄 격이자 흐름을 부추긴 계기로 엔믹스의 ‘Blue Valentine’ 대성공이 꼽힐 수도 있겠다. 한 번 전환점을 맞이한 엔믹스는 이후 ‘Heavy Serenade’를 지나 ‘긴 소원(Birthday Wish)’(3분20초)까지 동일 노선으로 승부하는 중. 일각에선 ‘케이팝 데몬 헌터스’ 주제곡 ‘Golden’(3분15초)이 게임 체인저였단 분석도 내놓는다.

 

큰 차원에선 애초 ‘짧은 곡 전성시대’ 자체가 아이돌 팀들 댄스음악이 음원 시장에서 과도하게 부각되며 벌어진 현상이었단 해석도 존재한다. 국내에선 그 시발점을 2022년, 그러니까 아이브의 ‘Love Dive’(2분57초), (여자)아이들의 ‘Tomboy’(2분54초), 르세라핌의 ‘Fearless’(2분48초) 등이 음원 시장을 휩쓸었던 때로 꼽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일으킨 ‘걸그룹 전성시대’ 개막 시점과도 같다. 그 직전까지만 해도 본래 음원 시장은 아이돌 팀들과 그리 가까운 수익처가 아니었고, 발라드나 팝록 등 다양한 장르가 나눠 갖는 분위기였다.

 

물론 ‘짧은 곡 전성시대’를 연 주자들 중 하나인 르세라핌은 여전히 3분 이하 곡들을 타이틀로 내놓는다. 그러나 공연은 그 곡들에 각종 퍼포먼스 등을 추가, 보다 길게 편곡해 마치 클럽 같은 분위기로 이끌며 공연시장에 적응하고 있다. 이후 르세라핌 소속사 하이브는 한층 노골적인 ‘숏폼 맞춤형’ 노선으로 아일릿 성공을 이끈 뒤, 새롭게 데뷔한 튜이드에선 데뷔 타이틀 곡 ‘SUN KISS’(3분1초)로 다시 러닝타임을 늘리고 있다. 그 자체로 지난 5년여 간 K팝 러닝타임을 둘러싼 흐름이 한눈에 보이는 대목이라 하겠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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