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회가 새롭습니다.”
44년의 세월을 품은 ‘야구 성지’가 역사 속으로 향한다. 잠실야구장과의 작별 시간이 찾아왔다. 수많은 추억을 뒤로하고 영원의 인사를 건넬 때다. 레전드들은 진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동시에 새로 태어날 돔구장을 향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지난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6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PS)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3차전이 치러졌다. KIA의 승리로 끝난 이 경기는 올 시즌 잠실야구장의 마지막 공식전이 됐다. 다가올 철거 및 재건축 공사를 앞두고 열린 마지막 프로야구 경기였다. 잠실야구장은 오는 12월부터 본격적인 철거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국 야구의 산실이다. KBO리그와 함께 성장해 왔다. 홈에서 좌우 펜스까지 거리가 100m, 가운데 펜스까지는 125m, 펜스 높이 2.6m로 국내에서 가장 넓은 야구장이다. 대표적인 투수 친화적 구장이다. LG와 두산(전 OB 베어스)의 공용 홈구장이기도 하다. OB 베어스가 1986년 서울로 이전하며 잠실에 둥지를 틀었고, 1990년 MBC 청룡을 인수한 LG가 합류하면서 한 구장을 공유하게 됐다.
세월의 흐름에 따른 노후화는 피할 수 없었다. 관람객 편의 개선과 기후 변화 대응 목소리가 이어졌다. 서울시의 복합공간 조성 사업에 따라 이 부지에는 3만석 규모의 돔구장이 들어선다. 야구 경기를 직관할 수 있는 4성급 호텔, 국제농구경기 유치가 가능한 1만1000석 규모의 스포츠콤플렉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여기에 탄천·한강 일대 상업시설과 프라임오피스 등을 유치한다.
서울의 미래형 랜드마크는 2031년 말 완공이 목표다. 공사 기간인 2027년부터 5개 시즌 동안은 잠실주경기장을 리모델링해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한다. 대체 야구장은 이미 공정률 30%를 넘겼으며, 내년 2월까지 공사가 이어진다.
마지막 잠실야구장 경기를 마친 레전드들의 감회는 남달랐다. 이범호 KIA 감독은 “잠실야구장의 마지막을 우리의 승리로 장식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이곳에서 야구를 해 왔던 경험이 많기 때문에 감회가 더욱 남다른 것 같다. 더 좋은 구장으로 발전을 해서 다시 만나는 거라 아쉬움보다는 기대감을 갖고 마지막을 맞이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양현종(KIA) 역시 깊은 회상에 젖었다. 그는 “몸을 풀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첫 등판과 첫 세이브, 한국시리즈(KS) 우승 확정 모두 잠실야구장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만약 4차전에 갔더라면 선수로서 잠실 마운드에 서는 마지막이 됐을 수 있었을텐데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아마 새로 생기는 돔구장은 관중석에서 보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손주영(LG)의 생각은 조금 담담했다. 2017년 프로에 데뷔해 10년 동안 잠실 마운드를 누빈 ‘잠실 맨’이다. 청춘을 바친 홈구장과의 이별이지만, 그는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손주영은 “비록 잠실야구장이 없어지지만 새 돔구장으로 재탄생하는 거니 마음 편하게 생각하려 한다”며 “남은 경기가 잘 풀려서 잠실야구장에서 더 뛰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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