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작곡과 편곡, 보컬 제작까지 활용되면서 음악산업에 새로운 과제가 떠올랐다. AI를 활용해 만든 음악에서 발생한 저작권료를 누구에게 지급하고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음원 제작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권리자를 확인하고 수익을 배분하는 제도는 아직 정비 단계에 머물러 있다.
◆AI 음악 권리 인정 어디까지
국내에서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지난 8월 마련한 AI 활용 음악 신탁 등록 기준이 시행 22일 만에 철회되면서 제도적 공백이 드러났다. 음저협은 인간이 실질적으로 창작에 참여한 AI 음악을 신탁 관리 대상으로 받아들이는 기준을 시행했다. 프롬프트만 입력해 AI가 자동 생성한 음악은 제외하되 인간이 멜로디·가사·곡 구조·편곡·구성 등에 실질적이고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면 창작한 부분에 한해 신규 등록이 가능하게 한 내용이다.
그러나 문화계 일부에서 사회적 합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식 공문을 통해 문화예술계 전반의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하자 같은 달 25일 기준을 철회했다. 이후 해당 기준에 따라 등록된 작품에 대해 등록을 취소했다.
쟁점은 AI 음악을 무조건 허용하거나 배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사람이 직접 작곡한 음악에 AI로 음질만 보정한 경우와 AI가 생성한 멜로디를 사람이 수정해 완성한 경우는 창작 과정부터 다르다. AI가 곡 대부분을 만들고 사람이 결과물만 선택했다면 저작권 인정 여부는 더욱 복잡해진다. 결국 AI 사용 여부뿐 아니라 인간이 실제로 어떤 표현을 창작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신탁 등록과 저작권료 배분도 별개의 문제다. 신탁 등록은 협회가 해당 음악을 관리 대상으로 받아들일지를 결정하는 절차다. 반면 저작권료 배분은 권리를 가진 창작자들에게 수익을 어떤 비율로 지급할지 정하는 문제다. AI는 저작권자가 될 수 없으므로 AI의 몫을 따로 산정하기보다 인간 공동창작자 사이의 기여를 어떻게 반영할지가 핵심이다. 현재 이를 일률적으로 계산할 공통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저작권료 배분 기준이 불명확한 상황이 장기화하면 음악산업 전반의 신뢰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 AI 활용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한 창작자가 오히려 불리해지고, 이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작품이 동일한 기준으로 관리된다면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창작자가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반대로 창작성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부분까지 권리를 주장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해외는 제도 정비 박차…인간 창작성에 방점
해외에서는 우선 등록 가능 여부에 대한 기준부터 정비하고 있다. 미국의 저작권협회(ASCAP)와 방송음악가협회(BMI), 캐나다 음악저작권협회(SOCAN)는 지난해 인간의 창작 요소와 AI 생성 요소가 결합된 음악의 등록을 허용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반면 인간의 창작적 기여 없이 AI만으로 완성된 음악은 등록 대상에서 제외했다. AI를 활용했다는 이유만으로 권리를 부정하지 않되 인간의 창작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다만 해외에서도 창작 기여를 저작권료 지분으로 환산하는 통일된 기준까지 확립한 것은 아니다. BMI는 인간의 창작성이 인정되는 AI 활용 음악에 일반 음악과 동일하게 전체 저작권료를 지급한다. 인간의 기여도가 10%에 그치더라도 창작성 요건을 충족하면 AI 사용 비율을 이유로 저작권료를 감액하지 않는다.
일본음악저작권협회(JASRAC)는 인간이 창작한 부분에 한해 저작권을 관리한다. AI가 가사를 쓰고 사람이 곡을 만든 경우, 작곡에 해당하는 권리만 관리 대상으로 본다. AI가 단독으로 생성한 부분은 저작권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이다. AI가 가사나 곡을 전부 생성했다면 해당 부분을 비저작물(AI 자율생성)로 표시한다.
음원 유통 플랫폼에서는 AI 활용 정보를 표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음악산업 데이터 교환 표준기구인 DDEX와 연계해 보컬·악기·후반작업 등 제작 단계별 AI 사용 정보를 공개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유통사를 통해 제출된 AI 활용 정보를 모바일 앱의 곡 크레디트에 표시하는 베타 기능도 도입했다. 음악 전체를 AI 제작물로 분류하기보다 어느 부분에 AI가 쓰였는지 구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표기만으로 저작권료 배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AI 활용 정보는 창작자나 유통사의 자율적인 신고에 의존하며 표시된 내용이 실제 제작 과정과 일치하는지 검증하는 절차와도 구분된다. AI 사용 사실을 공개하는 것과 인간의 창작 기여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수익 배분에 반영하는 것은 서로 다른 단계다.
국내에서도 등록 여부를 판단할 공통 기준과 함께 창작 과정을 확인할 자료의 범위, 이의 제기 절차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AI가 활용된 제작 단계와 인간 창작자의 역할을 명확히 기록하고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를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AI 음악의 시장 진입을 막지 않으면서도 기존 창작자의 권리와 저작권료 정산 체계에 대한 신뢰를 지킬 수 있는 제도 정비가 요구된다.
지동현 기자 ehdgus121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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