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리우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김종현, 27년의 사선 떠나 지도자로 “사격은 내 인생이었다”

사진=대한사격연맹 제공
사진=대한사격연맹 제공

“마지막 발을 쏘기 전에 그동안의 선수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2012 런던올림픽과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2회 연속 은메달을 따낸 김종현(41·KT)이 지난 18일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제107회 전국체육대회 사격 남자 일반부 50m 소총3자세 경기를 끝으로 27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부산 대표로 출전한 김종현은 이날 본선에서 578점을 쏴 12위를 기록하며, 결선 진출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마지막 무대가 된 창원은 김선수가 2008년 창원시청에 입단해 처음 화약총을 잡은 곳이다.

 

김종현은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땄지만, 그만큼 성적에 대한 부담도 컸다. 선수로서는 여기까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는 후배들을 돕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마침 올해 팀에서 좋은 제안을 해주셔서 지도자로 새 출발을 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전남 무안 출신인 김종현은 1999년 광주 각화중학교에서 처음 총을 잡았다. 광주체고 재학 중이던 2002년 첫 전국대회 개인 메달을 따냈고, 동국대를 거쳐 2008년 창원시청에 입단했다. 공기소총 선수였던 김종현은 실업 무대에 들어서며 50m 소총(화약총)으로 영역을 넓혔고, 불과 2년 만인 2010년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그는 "새로운 걸 배운다는 재미가 있었다. 화약총 기록이 오르면서 공기소총 기록도 함께 올라갔다. 새로 시작한다는 부담도 있었지만, 팀 동료들이 자세부터 많이 도와준 덕분에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사진=대한사격연맹 제공
사진=대한사격연맹 제공

김종현은 국가대표 첫해인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50m 소총복사 단체전과 50m 소총3자세 단체전 금메달로 2관왕에 올랐고, 50m 소총3자세 개인 은메달과 10m 공기소총 단체 동메달을 더해 4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김종현은 이 대회를 두고 "무명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첫 대회"라고 회상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는 생애 첫 올림픽 무대에서 남자 50m 소총3자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본선 1,171점, 결선 101.5점, 합계 1,272.5점으로 마지막 한 발에 순위를 끌어올린 극적인 메달이자, 한국 소총이 12년 만에 따낸 올림픽 메달이었다. "마지막 한 발은 3위를 지키자는 마음으로 쐈는데, 결과를 보고 놀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영광 뒤에는 시련도 있었다. 김종현은 "런던올림픽이 끝나고 2년 동안 슬럼프를 겪었다. 장비 후원을 받으면서 많은 것을 바꾼 것이 화근이었다. 모든 것이 백지상태가 되면서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들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를 딛고 2016 리우올림픽 남자 50m 소총복사에서 다시 은메달을 따내며 2회 연속 올림픽 시상대에 섰다.

 

2017년 KT로 옮긴 뒤에도 그는 꾸준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 은메달에 이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김상도, 모대성과 함께 남자 50m 소총3자세 단체 동메달을 합작하며 아시안게임 3개 대회 연속 메달을 이어갔다. 2024년 1월 파리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겸한 자카르타 아시아 소총·권총선수권대회에서도 3자세 단체 동메달을 보탰다. 16년간 태극마크를 지킨 비결을 묻자 그는 "솔직히 비결은 없는 것 같다. 꾸준히 앞만 보고 달려왔다"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김종현은 고마운 사람들도 잊지 않았다. 그는 “KT로 왔을 때 송남준 감독님과 이현태 코치님이 많이 도와주셨고, 지난해 먼저 은퇴한 김상도 선수와는 동고동락했다. 무엇보다 아내가 물심양면으로 힘써주고 응원해준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내 권나라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50m 소총복사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출신이다. 선후배 사이였던 두 사람은 이 대회를 계기로 인연을 맺었고, 연인이 된 뒤 2012년 대구에서 열린 제9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나란히 2관왕에 오르며 함께 정상에 섰다. 두 사람은 2016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 권나라는 "내조는 많이 못 했지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만둬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며 함께 웃었다.

 

후배들을 향한 당부도 남겼다. 김종현은 "지금은 선수층이 얇아 기록이 아쉽지만, 고등학생 유망주들이 올라오는 모습은 정말 기쁘다. 사격장에서 후배들이 사격에 대해 물어보면 언제든 알려줄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 사격의 국제 경쟁력에 대한 고민도 전했다. 김종현은 "런던올림픽 결선장 사대 점검 훈련 때 처음 50m 실내경기장에서 쏴 보고 공기저항 차이를 실감했다. 당시에는 당황스러웠지만, 그 경험을 활용해 결선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다"라며 "몽골, 대만, 중국, 일본 등 주변국은 50m 실내 사격장을 갖추고 있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해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후배들에게 좋은 선배로 기억되고 싶었는데, 경기 후 은퇴식에서 동시대에 함께 시합해서 영광이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좋았다"라며 "내게 사격은 인생이었다"고 말했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