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성한 ‘헐크’ 정찬민(27·CJ)의 버디 행진은 멈출 줄 모른다. KPGA 투어 54홀 최저타수 타이기록을 세우며 시즌 첫 우승에 한걸음 더 다가갔다.
정찬민은 17일 경기도 파주 서원밸리CC(파72)에서 열린 KPGA 투어 더채리티클래식 2026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6개를 솎아내 6언더파 66타를 적어냈다. 1라운드에서 9언더파 63타, 2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기록한 데 이어 사흘 연속 맹타를 휘둘렀다. 중간 합계 23언더파 193타로 리더보드 최상단을 굳게 지켰다.
3라운드까지 54홀 합계 193타는 KPGA 투어 역대 최저타수 타이기록이다. 정찬민은 2017년 티업 지스윙 메가오픈 presented by 드림파크CC에서 장이근, 2024년 골프존-도레이 오픈에서 이정환이 각각 작성한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72홀 기준 역대 최저타 기록도 눈앞에 다가왔다. 현재 통산 최저타 기록은 2017년 티업 지스윙 메가오픈 presented by 드림파크CC에서 54홀 최저타 기록을 이어간 장이근이 세운 28언더파 260타다. 정찬민이 4라운드에서 5타를 줄이면 타이, 6타를 줄이면 역대 최저타 신기록이다. 정찬민은 이 대회 1라운드에서 9언더파를 기록한 바 있다.
절정의 샷감을 이어갔다. 전반에만 버디 3개를 포함해 노보기 플레이를 이어간 정찬민은 후반 14, 15번 홀에서 티샷이 다소 밀리면서 흔들렸다. 하지만 완벽한 리커버리로 타수를 지켜내며 흔들림 없는 경기 운영 능력을 선보였다.
정찬민은 경기 후 “초반부터 버디가 나오면서 마음이 급한 부분도 있었다. 중간에도 샷이 잘 가면서 버디 기회가 많았는데, 이를 잘 살려 전반을 잘 마무리했다”며 “후반 14번, 15번 홀부터 조금 주춤한 점은 아쉽지만, 그 부분만 빼면 대체로 만족스러운 경기였다”고 돌아봤다.
이번 대회는 정찬민에게 단순한 선두 경쟁 이상의 의미가 있다. 2023년 GS칼텍스 매경오픈과 골프존-도레이 오픈을 제패하며 투어 통산 2승을 쌓았지만, 이후 2024년과 2025년에는 단 한 차례도 톱10에 들지 못했다. 장타력을 앞세워 투어를 흔들었던 그에게 긴 부진의 시간이 이어졌다.
정찬민은 이번 대회 인터뷰에서 지난 시간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2023년에 우승한 뒤 2024년과 2025년에는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솔직히 그때는 연습하기가 싫었다. 내 안일함이었다”고 말했다.
변화는 훈련 태도와 마음가짐에서 시작됐다. 쉴 때는 확실히 쉬고, 연습할 때는 집중하는 방식으로 훈련을 바꿨다. 힘으로만 공을 보내기보다 리듬을 살려 샷의 정교함을 높이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올해 골프존 오픈과 KPGA 파운더스컵에서 두 차례 준우승을 거두며 우승 경쟁력을 되찾았다.
정찬민은 “최근 2년과 올해를 비교하면 마음가짐부터 달라졌다. 마인드도 편해졌고, 지금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 우승할 기회가 있었지만 내가 잘 치지 못해 놓쳤다. 우승하지 못한 아쉬움에 머무르기보다 왜 우승하지 못했는지 먼저 생각했다”며 “올해 상위권에서 계속 경쟁하면서 샷에 대한 불안감이 거의 사라졌다. 지금은 내 샷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최종 라운드를 앞둔 부담감도 크지 않다고 했다. 정찬민은 “캐디 형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재미있게 치려고 했다. 그런 부분이 마음을 편하게 해 버디가 많이 나온 것 같다”며 “노보기 플레이를 한 것도 좋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지만, 지금은 부담감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날 전략도 분명하다. 경쟁자들의 추격이나 우승에 대한 생각에 흔들리기보다 자신의 플레이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정찬민은 “다른 선수를 신경 쓴다고 해서 내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 것만 하려고 한다”며 “내 샷을 믿고 상황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변수는 비다. 최종 4라운드가 열리는 18일 오전 6시부터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다. 더 웨더 채널 기준 강수 확률은 60%이며 강수량은 5㎜로 예고돼 있다.
한편 신상훈도 이날 6타를 줄이며 19언더파 197타로 2위에 올랐고, 김백준과 김연섭이 17언더파로 3위 그룹을 형성했다. 김범수는 이날만 7타를 줄이며 최찬, 문도엽과 함께 16언더파 공동 5위를 기록했다.
파주=권영준 기자 young0708@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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