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상황이 오면!”
4번타자는 욕심을 덜었고, 돌격대장은 부푼 설렘과 함께 아침잠까지 줄였다. 김도영과 박재현(이상 KIA)이 가을야구를 맞는 방법이다. 저마다의 각오를 품고 LG와의 첫 승부에 만전을 기한다.
프로야구 KIA는 17일 오후 2시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서 LG와 2026 신한 SOL KBO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1차전을 치른다. 닷새 만의 재회다. 지난 12일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KIA는 박재현의 선제 솔로포와 김도영의 결승 투런포를 앞세워 LG를 4-2로 꺾고 3위를 확정했다.
이구동성이다. 이젠 그날의 승리도 지나간 일이라는 설명이다. 김도영은 앞서 LG가 두산과 맞붙은 와일드카드(WC) 결정전을 지켜본 뒤 “우리가 할 것만 하면 된다고 느꼈다. 특별히 잘하려고 하지 말고 각자 할 일만 잘하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24년 한국시리즈(KS) 우승을 경험한 김도영은 단기전에서 무엇이 중요한지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선배들께 단기전은 누가 더 못하느냐의 싸움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특별히 누군가 잘하지 않더라도 못하지만 않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상대의 경계심에도 의연했다. 앞서 염경엽 LG 감독은 WC 결정전을 마친 뒤 김도영을 집중 견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김도영은 “내가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라며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도 타석과 주루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최대한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믿는 구석도 빼놓을 수 없다. 정규리그 최종전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가 가장 잘하는 ‘우승’하러 가겠다”고 외친 자신감의 바탕에는 동료들이 있다. 김도영은 “팀에 베테랑 선배들도 많다. 내가 못하더라도 다른 선수들이 잘해줄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반면 생애 첫 가을야구를 맞는 박재현에게는 설렘이 묻어났다. “평소처럼 준비하고 있지만 막상 경기에 나가 타석에 들어서면 느낌이 다를 것 같다”고 털어놨다. 아침부터 평소와 달랐다. 그는 “괜히 늦잠을 잘까 봐 커튼도 치지 않고 잤다. 해가 뜨자마자 일어나서 보니 7시쯤이었다”고 말했다.
들뜬 마음과 별개로 준비는 차분하게 했다. 박재현은 “최종전 승리의 기억은 완전히 잊었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훈련했다”고 강조했다.
안방에서 출발하는 것도 반갑다. 그는 “3위를 한 덕분에 홈에서 시작할 수 있어 정말 좋다. 팬들의 큰 응원 소리를 들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질 것 같다”고 기대했다.
그만의 유쾌한 다짐도 빼놓지 않았다. 정규리그 도중 더그아웃서 이범호 감독의 현역 시절 KS 홈런 세리머니를 흉내 내 화제를 모았던 박재현이다. 그는 “극적인 상황에서 홈런을 치면 감독님 세리머니를 한번 따라 해볼 생각”이라며 활짝 웃었다. 이어 “정말 그런 상황이 와서 말한 대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광주=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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