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으로 택배회사라는 이미지가 강한 한진이 항만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인천항과 평택항의 하역 물동량 증가가 실적 개선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다. 택배에 항만하역과 육상운송, 보관, 글로벌 물류를 연결해 사업 영역을 넓혀온 전략이 실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잠정 매출 8898억원, 영업이익 32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3%, 5.8% 증가했다. 분기 매출로는 역대 최대다. 전년 동기 매출 7993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905억원 늘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3.0%, 영업이익은 9.4% 증가했다.
실적을 끌어올린 축 가운데 하나가 항만하역이다. 회사 측은 택배와 항만하역, 글로벌 등 전 사업군의 고른 성장을 최대 매출의 배경으로 꼽았다. 특히 인천항과 평택항을 중심으로 하역 물동량이 증가했다. 미주와 홍콩, 베트남 등 해외법인의 실적 개선도 영업이익 증가에 힘을 보탰다.
항만사업의 강점은 수도권과 중부권 화주를 끼고 있는 자체 터미널 인프라다.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HJIT)은 3개 선석과 48만㎡ 규모의 터미널을 갖추고 있다. 연간 컨테이너 처리능력은 120만TEU다. 인천항 최초로 1만2000TEU급 컨테이너선이 접안할 수 있는 시설과 자동화 운영시스템도 구축했다.
한진평택컨테이너터미널(PCTC)은 4개 선석, 41만6000㎡ 규모로 연간 108만TEU를 처리할 수 있다. 서울·중부권 수출입 화물을 처리하는 동시에 한중·동남아 항로의 중부권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두 터미널의 연간 처리능력을 합치면 228만TEU에 달한다.
부산까지 범위를 넓히면 항만 네트워크는 더 커진다.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HJNC)의 연간 처리능력은 300만TEU다. 인천·평택·부산의 주요 컨테이너터미널을 합친 처리능력은 연간 528만TEU 수준이다. 단순히 택배 물량을 집배송하는 사업자와는 다른 사업 구조를 갖췄다는 의미다.
한진이 항만사업에 힘을 싣는 이유는 하역 자체보다 그 이후 사업에서 찾을 수 있다. 항만에 들어온 화물을 내륙으로 운송하고 물류센터에 보관한 뒤 다시 국내외 고객에게 전달하는 과정까지 묶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진은 항만에서 컨테이너와 자동차, 철제품, 중량물 등 다양한 화물을 처리하는 동시에 운송과 보관을 연계한 일관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부산신항에서는 배후 물류센터와 HJNC를 연계해 하역·운송·보관·통관을 묶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항만을 단순한 하역 거점이 아니라 종합물류 사업의 출발점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이 같은 사업 다각화는 국내 택배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의미가 있다. 택배에만 의존하지 않고 항만하역과 글로벌 물류 등으로 수익원을 넓힐 수 있어서다. 이번 3분기 실적에서도 항만과 해외법인이 동시에 힘을 보탠 것은 한진의 성장축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외형 성장만으로 수익성 개선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올해 1~9월 누적 매출은 2조532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6% 늘었지만, 누적 영업이익은 823억원으로 13.5% 감소했다. 신규 글로벌 풀필먼트센터 가동 등 선제 투자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영향을 미쳤다.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증가하며 반등한 만큼 향후 매출 증가가 이익 확대로 얼마나 연결되는지가 관건이다.
한진은 4분기 글로벌 쇼핑 성수기를 겨냥해 해외 사업에도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K-뷰티를 비롯한 국내 소비재와 산업재의 해외 수요에 대응해 국내 제조기업과 소상공인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회사 측은 4분기 글로벌 쇼핑 시즌이 본격화되는 만큼 연간 최대 매출 경신도 기대하고 있다.
결국 한진의 다음 성장 관전 포인트는 택배 물량만이 아니다. 인천·평택을 비롯한 항만 인프라를 얼마나 안정적인 물량과 수익으로 연결하고, 이를 육상운송·보관·글로벌 사업까지 확장하느냐가 종합물류기업으로의 체질 전환을 가를 전망이다.
한진을 설명하는 수식어가 택배회사에서 종합물류회사로 바뀌고 있다. 이번 3분기 역대 최대 매출은 그 변화가 숫자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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