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뒷문에 믿을 구석이 생겼다. 시즌 내내 마무리투수를 찾아 헤맨 호랑이들이 전상현의 ‘철벽투’에 웃고 있다. 반가운 건 시점마저 절묘하다는 점이다. 포스트시즌을 목전에 둔 10월부턴 안타 하나 허용하지 않았을 정도다.
프로야구 KIA는 오는 1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서 LG와 두산의 와일드카드(WC) 결정전 승자를 상대로 준플레이오프(준PO·5전3선승제) 1차전을 치른다. 정규리그 마지막 날까지 3위 싸움을 벌인 끝에 얻은 무대다. 지난 12일 LG와의 최종전에서 4-2로 승리하며 준PO 직행을 확정했다. 이 승전고의 주역 중 한 명이 전상현이었다. 2-2로 맞선 경기 후반 8, 9회를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고, 김도영의 결승 투런포가 터지면서 승리투수까지 챙겼다.
이보다 더 든든한 카드를 찾기 어렵다. 전상현은 10월 6경기서 8⅔이닝 동안 안타 하나 내주지 않고 2승3세이브를 챙겼다. 특히 시즌 막판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평소 투수 관리에 신중한 KIA지만, 치열한 순위 싸움 속에선 한 이닝이라도 더 책임질 투수가 필요했다.
전상현은 세 차례나 2이닝씩 소화했고, 연투도 거뜬했다. 지난 9일 NC전에서 32개의 공을 던진 뒤 이튿날 SSG전에서도 단 6구로 세 타자를 잡아내며 세이브를 추가했다. 9월 이후 19경기 평균자책점은 1.23이다. 필요하면 승부처서 조기투입할 수 있다는 점도 단기전서 큰 힘이다.
그동안 KIA의 마지막 이닝은 누구에게 맡겨도 마음을 놓기 어려웠다. 정해영과 성영탁이 잇달아 마무리 자리를 내줬고, 조상우, 곽도규 등을 활용한 집단 마무리 체제도 거쳤다. 강속구를 앞세운 이의리마저 지난달 29일 KT전 9회 밀어내기 볼넷으로 동점을 허용한 뒤 중간계투로 돌아갔다. 구원 평균자책점은 리그 3위(4.43)였지만 블론세이브는 22개에 달했다. 올 시즌 팀 세이브 29개를 7명이 나눠 가진 배경이다.
전상현은 마무리 ‘경력직’이기도 하다. 2020년 15세이브를 올렸고 지난해에도 25홀드로 필승조를 지켰다. 다만 올해는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다. 4월 초 늑간근 미세 손상으로 이탈해 6월 중순에야 돌아왔다. 복귀 후에도 예전 같지 않은 구속과 구위에 애를 먹었다. 그래도 차츰 안정을 찾으며 제 몫을 해냈다. 지난달 5일 KT전에서는 지난해 8월 5일 롯데전 이후 396일 만에 세이브를 거두기도 했다.
그의 강점은 빠른 공보다 묵직한 구위에 있다. 올해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142.4㎞로 리그 평균(146.5㎞)에 못 미친다. 하지만 높은 타점과 회전수에서 나오는 공의 위력은 오래전부터 인정받았다. 전상현은 “스피드는 신경쓰지 않는다. 대신 구위에 대한 욕심만 있다”며 “볼넷 주는 걸 정말 싫어한다. 차라리 맞자는 생각으로 던진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올해 46⅓이닝 동안 내준 볼넷은 7개뿐이다. 8월까지 0.250이던 피안타율도 9월 이후 0.100으로 떨어졌다.
팀엔 이미 리그서 손꼽히는 방망이 화력에 더해 제임스 네일·애덤 올러의 마운드 원투펀치까지 있다. 그러나 단기전에선 앞서 나가는 것만큼 리드를 지키는 일도 중요할 터. 클로저로 돌아온 전상현이 준PO에서도 KIA의 뒷문을 단단히 걸어 잠글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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