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
‘2026 KB국민은행 박신자컵’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국제대회로 전환된 첫 해인 2023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일본 클럽이 정상에 올랐다. 일본프로농구 W리그 도요타 안텔로프스가 처음 왕좌에 오른 뒤 후지쯔 레드웨이브가 올해 대회까지 3연패를 달성했다. 일본 여자 농구의 강세가 거세다. 일본은 풍부한 선수 뎁스를 바탕으로 조직적 수비, 빠른 스피드 등을 앞세운다. 공략이 쉽지 않다. 일각에선 안방서 남의 잔치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며 꼬집기도 한다.
좌절하긴 이르다. 속도가 빠르진 않아도,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성장곡선이 이번 대회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났다. 지난 2년간 결승전서 일본 팀끼리 맞붙었던 것과 달리, 올해는 우리은행이 당당히 도전장을 냈다. 앞서 4강에도 한국 팀 세 팀이 포함됐다. 지난 11일 열린 결승전에서 우리은행은 제한된 선수층,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후지쯔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구사카 히카루 후지쯔 감독은 “힘든 경기였다. 한국 팀 경기력이 많이 향상됐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한국의 무기 중 하나는 단연 외곽 슛이다. 곳곳에서 터지는 3점 슛은 상대를 압박하기 충분했다. 수치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3점 슛 지표서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6개 팀이 상위권을 촘촘하게 채웠다. 하나은행은 4경기서 경기 당 12.75개의 3점 슛을 꽂아 넣었다. 결승전에서도 마찬가지. 우리은행은 3점 슛 14개를 기록했다. 후지쯔(6개)의 2배 이상이었다. 구사카 감독은 “상대가 3점 슛을 많이 쏠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막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비단 이번 대회뿐 아니다. 최근 막을 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에서도 한국의 슛 감은 반짝반짝 빛났다. 6경기를 치르는 동안 69개의 3점 슛이 림을 통과했다. 성공률 41%로, 순도 또한 높았다. ‘국보급 센터’ 박지수가 불참한 가운데서도 12년 만에 AG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구사카 감독은 “한국엔 원래도 외곽 플레이를 잘하는 선수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 확실히 더 늘어난 느낌”이라면서 “AG 마지막 한일전에서도 강한 면모가 느껴지더라”고 설명했다.
자신감이 채워진다. 한 끗 차이로 우승 트로피는 놓쳤지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얻었다. 전주원 우리은행 감독은 “AG 금메달을 따기도 했지만, 확실히 일본과의 전력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부 시선도 비슷하다. WKBL 관계자는 “박신자컵을 통해 장신이나 스타일이 다른 해외 팀을 꾸준히 상대함으로써 대처 능력이 많이 향상된 듯하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박신자컵은 한국 여자농구의 살아있는 전설 박신자를 기리기 위해 창설된 대회다. 당초 ‘제2의 박신자’ 발굴을 목표로 했으나, 해외 팀들의 참가가 늘면서 국제대회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는 특히 역대 최다인 5개 국가(한국, 일본, 캐나다, 호주, 몽골)가 도전장을 냈다. 캐나다 팀(칼튼대학교)이 박신자컵에 출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 유럽을 넘어 북미로 범위를 넓혀가는 모습이다. WKBL 관계자는 “앞으로도 경쟁력 있는 해외 팀들을 섭외할 수 있도록 더 연구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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