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력은 기대 이상으로 견고했다. 핵심 외국인 선수 부키리치가 부상으로 빠진 데다 권순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 불과 6일 만인 상황 속에서도 약속된 플레이를 완성도 높게 수행했다. 비록 패했지만 수확은 명확했다.
정관장은 11일 전남광주 여수 진남체육관서 열린 2026 여수 NH농협컵 한국배구연맹(KOVO) 프로배구컵대회(이하 KOVO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서 흥국생명에 1-3(25-18 23-25 16-25 25-27)으로 졌다.
정관장은 비시즌 큰 변화를 겪었다. 준비 과정에서 팀 내 불미스러운 사태가 터지면서 고희진 전 감독이 자진 사퇴했기 때문이다. 새 사령탑 선임에 신중을 기했고, 지난 6일 권순찬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권 감독은 프로 구단 코칭스태프와 남녀 팀 감독을 두루 역임했다. 남자부 KB손해보험, 여자부 흥국생명 지휘봉을 잡았다. 최근에는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해 왔다.
3년 9개월 만의 복귀전 상대는 ‘친정팀’ 흥국생명. 악재도 있었다. 부키리치가 발목 부상으로 이번 경기에 출전할 수 없었다. 부키리치는 2024~2025시즌 정관장의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을 이끈 뒤 이탈리아 리그를 거쳐 전체 1순위로 복귀한 핵심 전력이다. 주포의 부재로 다소 힘든 경기가 예상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정관장의 움직임은 매서웠다. 1세트부터 조직적인 플레이로 기선을 제압했다. 부임 6일 차 감독의 팀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공격 전개가 원활했다. 외국인 선수 자스티스와 킨델란이 모두 뛴 흥국생명보다 월등한 화력을 선보였다. 정관장은 1세트 공격성공률 48.4%를 기록하며 31.3%에 그친 흥국생명을 압도했다.
그 중심에는 박혜민이 있었다. 박혜민은 1세트에만 무려 7득점을 올리며 정관장의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탄탄한 조직력과 화력을 앞세운 정관장은 25-18, 7점 차 대승으로 1세트를 먼저 가져왔다.
2세트는 팽팽한 시소게임 양상으로 전개됐다. 흥국생명이 점수를 벌리면 정관장이 집요하게 추격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정관장은 1점 차로 뒤지던 세트 후반, 박은진이 2연속 블로킹을 터뜨리며 21-21 동점을 만들었다. 막판 집중력에서 흥국생명이 웃었다. 킨델란이 결정적인 백어택을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가져왔고, 정호영이 2점을 더 보태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3세트 들어 흐름이 급격히 틀어졌다. 정관장은 세트 초반 공격을 단 한 번 성공시키는 데 그치며 급격한 난조에 빠졌다. 점수는 순식간에 3-11, 8점 차까지 벌어졌다. 한 번 넘어가 분위기는 돌아오지 않았고, 결국 9점 차 완패로 3세트를 헌납했다.
4세트도 초반 3-6으로 끌려가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신은지의 5연속 서브가 터지면서 9-6으로 단숨에 뒤집었다. 이후 박혜민의 맹활약이 펼쳐졌다. 박혜민은 오픈, 백어택, 서브 득점 등을 가리지 않고 뿜어내며 팀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정관장은 20-17, 3점 차 리드를 잡으며 승부를 5세트로 끌고 가는 듯했다. 그러나 흥국생명에는 해결사 킨델란이 있었다. 킨델란의 화력을 앞세운 흥국생명에 동점을 허용했다. 킨델란은 결정적인 득점으로 매치포인트를 만들며 이날 개인 34득점째를 채웠다. 이어 자스티스가 승부에 마침표를 찍는 득점을 올리면서 4세트마저 내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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