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면 심해지는 생리통? 자궁근종 아니라면 ‘자궁선근증’ 의심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면 생리 기간 아랫배가 차갑거나 불편하다고 느끼는 여성들도 있다. 하지만 생리통이 이전보다 심해졌다면 날씨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보다 자궁질환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기온이 낮은 계절과 여성의 생리 관련 증상 사이의 연관성을 살펴본 연구도 있다. 2025년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엔도크리놀로지(Frontiers in Endocrinology)'에 발표된 중국의 다기관 연구에서는 자궁선근증 환자 1,816명을 분석한 결과, 추운 계절에 추위를 견디기 어려워하는 증상이 더 많이 나타났다. 다만 생리통 발생 비율에서는 계절에 따른 뚜렷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생리통을 무조건 날씨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이전보다 생리통이 심해지고 생리량까지 늘었다면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증 등 여성질환이 원인일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

 

여성의 생리통은 특별한 기저질환 없이 발생하는 1차성 생리통과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증 등 특정 질환으로 인해 나타나는 2차성 생리통으로 나뉜다.

 

◆자궁근종보다 생리통 심할 수 있는 자궁선근증

 

자궁근종은 자궁의 근육층에 발생하는 양성 종양으로, 크기와 위치에 따라 생리통이나 월경과다를 유발한다. 반면 자궁선근증은 자궁내막과 유사한 조직이 자궁근육층 내부에 존재하면서 자궁이 두꺼워지고 커질 수 있는 질환이다.

 

두 질환 모두 월경과다와 생리통을 일으킬 수 있지만 증상이 나타나는 양상에는 차이가 있다.

 

자궁근종은 발생 위치에 따라 통증이 거의 없을 수도 있다. 반면 자궁선근증은 심한 생리통과 월경과다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생리 기간이 길어지고 출혈량이 많아지면서 빈혈이나 만성 피로를 호소하기도 한다.

 

특히 생리통이 점차 심해지는 양상을 주의해야 한다. 이전에는 진통제로 조절되던 통증이 점점 심해지거나 생리가 끝난 뒤에도 골반통이 이어진다면 정확한 검사가 필요하다.

 

민트병원 여성의학센터 남소현 원장(산부인과 전문의)은 "자궁근종은 위치에 따라 생리통이 없을 수도 있지만 자궁선근증은 심한 생리통과 월경과다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몇 달 사이 통증이나 생리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면 자궁질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자궁선근증, 임신과 출산에도 영향 줄 수 있어

 

자궁근종과 자궁선근증은 생리통뿐 아니라 임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궁근종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임신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정상적인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지만 근종이 자궁내막 가까이에 위치하거나 자궁강을 변형시키는 경우 착상을 방해하고 임신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자궁선근증도 주의가 필요하다. 자궁근육층에 존재하는 자궁내막 유사 조직과 주변 염증 반응 등이 자궁의 정상적인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일부 연구에서는 자궁선근증이 난임이나 유산 위험과 연관될 수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특히 자궁선근증은 자궁근육층에 병변이 넓게 퍼지거나 정상 조직과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가 있어 치료가 까다로울 수 있다.

 

남소현 원장은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이라면 자궁근종의 위치와 크기, 자궁선근증의 유무와 범위 등을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임신 계획이 없더라도 생리통과 월경과다로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라면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궁 보존 원하는 여성, 자궁동맥 색전술도 고려

 

자궁근종과 자궁선근증은 질환의 범위와 증상, 환자의 연령, 향후 임신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 방법을 결정한다.

 

자궁근종은 필요에 따라 복강경수술이나 로봇수술 등을 통해 근종을 제거할 수 있다. 자궁선근증은 병변이 자궁근육층 전반에 퍼져 있는 경우가 있어 치료 범위를 결정하기 어렵고, 증상이 심하면서 다른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자궁적출술까지 고려할 수 있다.

 

자궁을 보존하는 치료 방법으로는 자궁동맥 색전술이 있다. 자궁동맥 색전술은 약 2mm 굵기의 가느다란 카테터를 자궁동맥까지 삽입한 뒤 자궁근종이나 자궁선근증으로 이어지는 혈관을 색전물질로 막아 혈류 공급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한 병변 조직은 서서히 크기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생리통이나 월경과다 등의 증상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병변의 범위에 따라 치료 효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임신 계획이 있는 환자는 시술에 따른 생식능력 관련 위험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남소현 원장은 "환자의 연령과 임신·출산 여부, 향후 임신 계획, 회복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적절한 치료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며 "무조건 한 가지 치료를 선택하기보다는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방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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