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도 않고 사상 검증?”…영화계, ‘암살자(들)’ 정쟁화에 “정치가 관객 가르치나”

영화인연대. 사진=뉴시스
영화인연대. 사진=뉴시스

영화인들이 최근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싸고 정치권 등에서 과열된 논란에 대해 “영화를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라”며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다.

 

영화인연대는 8일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 해운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의 논쟁이 영화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넘어 정치적 정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정 영화에 대한 찬반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작품의 의미와 관객의 판단을 정치가 대신 결정하려 들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적 권한을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사용하지 말고, 정치가 한 걸음 물러나 관객이 직접 보고 판단할 기회를 돌려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회견에는 정지영·이명세·김홍준·백재호 감독을 비롯해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 전찬일·윤성은 영화평론가 등이 참석했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 측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당시 특별수사본부의 발표를 뒤집는 설정을 담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에 보수 진영은 “역사적 패륜 행위이자 의도적인 역사 왜곡”이라며 제작진 사과와 상영 중단을 요구해왔다.

 

갈등이 격화하면서 제작진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했으며, 일부 보수단체는 주연 배우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여당 의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 같은 여파로 영화 측은 예정됐던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영화인연대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이 같은 대응 방식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들은 “작품을 제대로 확인하기도 전에 정치적 성격을 규정하고, 이를 근거로 감독과 배우, 제작사, 투자사, 극장, 영화제까지 연쇄적으로 책임을 묻는 방식은 제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영화가 관객을 가르치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정작 영화를 보지도 않은 채 무의식적으로 무엇을 보고 보지 말아야 할지 정치가 판단하려 한다면 진짜 관객을 가르치려 드는 것은 누구냐”고 반문했다.

 

영화 관계자들에 대한 실체적 위협에 대해서도 엄중한 경고를 덧붙였다. 영화인연대는 “논쟁 과정에서 관계자의 신상이 공개되고 주거지와 일상이 침해받는 등 협박과 신변 위협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정당한 비판이나 의견 표현의 범주를 넘어선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노희선 온라인 기자 ahrfus3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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