했던 말 자꾸 또 하면… 건망증 아닌 치매 전 단계 가능성

경도인지장애는 어떤 질병

대화 내용 기억 못하고 반복
기억력 감퇴가 대표적 증상
언어능력·방향감각 저하도
환자 10∼15% 치매로 진행
항체치료로 속도 늦출 수 있어

고령에 접어들면 사소한 건망증에도 혹시 치매는 아닐까 걱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기억력 감퇴가 뚜렷하게 느껴지지만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면 경도인지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정상 노화와 치매 사이 단계다. 이를 갖고 있을 경우 일반 고령층보다 치매로 진행할 위험이 높다. 최근에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도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확인하고 치료를 시작할 수 있어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김민재 순천향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경도인지장애에 대해 알아봤다.

-경도인지장애란 무엇인가.

김민재 순천향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민재 순천향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이 뚜렷하게 떨어졌지만 일상생활을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은 유지된 상태다. 정상 노화와 치매 사이 단계로 볼 수 있다. 단순히 본인이 기억력이 나빠졌다고 느낀다고 해서 진단하지는 않는다. 객관적인 검사를 통해 실제 인지기능 저하가 확인돼야 한다. 섬망이나 우울증 등 다른 정신과 질환과도 연관될 수 있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건망증과는 어떻게 다른가.

“경도인지장애에서는 인지기능 저하가 비교적 명확하게 나타난다. 대화 내용 일부를 기억하지 못하거나 했던 말을 자주 반복하는 등 기억력 감퇴가 대표적이다. 기억력 저하가 뚜렷하지 않더라도 이름이나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 언어능력 저하, 방향 감각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기억력 외에 살펴봐야 할 증상도 있나.

“길 찾기가 이전보다 어려워지거나 시공간 능력이 떨어지는 등 다른 인지기능이 먼저 저하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기억력만 볼 게 아니라 판단력과 언어능력, 방향 감각 등 전반적인 인지기능 변화를 함께 살펴야 한다.”

-경도인지장애는 치매로 진행하나.

“모든 경도인지장애가 치매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반 고령층보다 치매로 진행할 위험은 훨씬 높다. 일부 연구에서는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약 10~15%가 매년 치매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조기에 감별하는 게 중요하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도 알츠하이머병이 있을 수 있나.

“그렇다. 경도인지장애가 있는 사람 가운데에는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치료 방향을 정하는 데 의미가 있다.”

 

-어떤 검사를 통해 진단하나.

“우선 인지기능 저하를 확인하기 위해 신경심리검사를 시행한다. 원인을 감별하기 위한 혈액검사와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도 필요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로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도 알츠하이머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아밀로이드 PET는 무슨 검사인가.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 중 하나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얼마나 축적돼있는지 확인하는 영상검사다. 이를 통해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 알츠하이머병 병리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원인을 확인하고 교정 가능한 위험요인을 관리해 치매로 진행할 위험을 낮추는 데 초점을 둔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생선과 채소 등을 골고루 섭취하는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게 도움이 된다. 사람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읽기와 쓰기 등 뇌를 자극하는 활동을 지속하는 것도 중요하다.”

-생활습관 가운데 특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은.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등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절주와 금연도 중요하다. 신체 건강과 사회적 활동, 인지 자극을 함께 유지하는 게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약물치료도 가능한가.

“과거에는 경도인지장애에 적용할 수 있는 약물치료가 제한적이었다. 최근에는 아밀로이드 PET 검사 등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이 확인된 경우 항아밀로이드 항체치료를 통해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로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치료 선택지가 생겼다.”

-경도인지장애를 빨리 발견해야 하는 이유는.

기억력 저하와 같은 말을 반복하는 등 인지기능 변화가 나타난다면 경도인지장애 가능성을 살피고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기억력 저하와 같은 말을 반복하는 등 인지기능 변화가 나타난다면 경도인지장애 가능성을 살피고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치매로 진행할 위험이 높지만 모두 치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는 이 단계에서도 알츠하이머병의 병리를 확인하고 항체치료를 통해 질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선택지가 생겼다. 그만큼 증상이 의심될 때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중요하다.”



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