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파도 때문에 침몰하지 않는다. 방향을 잡아줄 선장이 없을 때 침몰한다.
거센 파도는 어느 조직에나 찾아온다. 예상치 못한 실패가 닥치고,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며, 외부의 비판도 쏟아진다. 중요한 것은 파도의 크기가 아니다. 그 순간 누가 방향타를 잡고 있는지다. 선장이 있는 배는 폭풍우를 만나도 항로를 수정하며 목적지를 향해 나아간다. 선장이 없다면 작은 파도에도 흔들린다. 갑판 위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결국 배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표류한다.
최근 한국 축구의 모습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 도전이 실패로 끝난 뒤 좀처럼 중심을 잡지 못하고 표류 중이다. 임시 사령탑으로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이 부임했지만 대표팀을 둘러싼 논란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대표팀의 중심축인 김민재와 황희찬, 황인범 등 1996년생 황금세대 선수들의 은퇴설이 흘러나왔다.
이번 논란이 왜 나왔는지, 어떤 맥락인지, 대표팀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설명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논란은 계속 퍼지는데 이를 정리하고 수습하는 주체는 보이지 않는다.
아시안게임 이후 불거진 병역특례 논란도 비슷한 모습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금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축구에 또 하나의 기념비를 세웠다. 축하의 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일부 선수들의 발언은 병역특례 제도 자체에 대한 사회적 논쟁으로 번졌고, 정치권에서도 제도의 존폐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는 사안일수록 정확한 설명과 일관된 메시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축구계는 적극적으로 논란을 관리하기보다 상황을 지켜보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선수의 발언은 개인 영역을 넘어 한국 축구,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대됐다.
결국 최근 한국 축구를 둘러싼 여러 사건은 하나의 질문을 던지게 한다. 컨트롤타워는 어디에 있는가. 조직은 위기 상황에서 존재 가치가 드러난다. 성적이 좋고 여론이 우호적일 때는 리더십의 중요성이 잘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성적이 곤두박질치고 비판이 거세질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고, 누군가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장은 현재 공석이다. 대표팀은 임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누구의 목소리가 공식 입장인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감독은 경기력에 집중하고,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투혼을 불살라야 한다. 그런데 감독이 행정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선수들이 대표팀의 미래를 설명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역할 분담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다.
리더십은 권한이 아니라 책임이다. 조직이 가장 필요로 하는 리더십은 위기 속에서 책임지는 자세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앞에 서는 사람, 조직의 입장을 설명하는 사람, 구성원들이 불필요한 공격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는 사람이 리더다.
축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정부를 포함한 정치권도 각종 현안과 관련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낸다. 중심을 잡아줄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 직원이 사과하고 설명하며, 실무자가 책임진다.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정작 보호받아야 할 구성원들이 상처받고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다. 이 같은 혼란 속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의 존재다. 방향을 잃은 조직은 아무리 좋은 선수를 보유하고 있어도 제힘을 발휘할 수 없다. 선장이 없는 배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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