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소년은 2010년 꿈꾸던 태극마크를 달았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나란히 땀 흘린다는 사실만으로 벅찼다. 그들의 등을 바라보며 달리던 소년은 바통을 이어받아 대표팀을 이끄는 주장으로 성장했다. 16년이 흐른 지금, 후배들이 바라보는 레전드가 됐다. 손흥민(LAFC)이 A매치 통산 59번째 골을 기록하며 한국 A매치 역대 최다 득점자로 우뚝 섰다.
손흥민은 지난 6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전반 6분 오른발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A매치 통산 151번째 경기에서 기록한 59호골. ‘전설’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의 58골을 넘어 한국 A매치 최다 득점자로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손흥민은 “너무나도 영광이다. 어릴 때부터 꿈꾸던 태극마크를 달고 이렇게 많은 골을 넣었다는 건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다. 2010년에 데뷔해 16년 동안 함께했던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한 골을 뽑는 건 불공평하다. 지금까지 넣었던 모든 골이 너무 소중하다”고 돌아봤다.
시작부터 남달랐다. A매치 데뷔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출전한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첫 골을 신고했다. 인도전서 만 18세 194일의 나이로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 선수의 아시안컵 최연소 득점이다.
월드컵은 손흥민의 성장과 함께했다. 2014 브라질 대회에서 처음 꿈의 무대를 밟아 알제리전에서 첫 골을 넣었다. 2018 러시아 대회에서는 멕시코와 독일을 상대로 골맛을 봤다. 세계 최강 독일을 2-0으로 무너뜨린 ‘카잔의 기적’에 마침표를 찍었다.
2022 카타르 땐 대표팀을 짊어졌다. 주장 완장을 찼다. 대회를 앞두고 안와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당했지만 검은색 보호 마스크를 쓰고 뛰었다.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는 경기 막판 질주 끝에 황희찬의 결승골을 도우며 한국의 12년 만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지난여름 북중미 월드컵까지 4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2022년에 이어 두 대회 연속 주장 완장을 찼다. 화려한 순간만 있었던 건 아니다. 네 번의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른 건 2022년 한 차례뿐이다. 세 번의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아픔도 함께 삼켰다.
34세가 된 지금, 역할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절대적인 에이스에서 이강인(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다음 세대와 함께 팀을 이끄는 베테랑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한 방과 16년간 쌓은 경험은 여전히 대체하기 어렵다. 도전도 남아 있다. 품지 못한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다. 2011년부터 4차례 나섰으나 정상에 닿지 못했다. 내년 1월 열리는 아시안컵을 바라본다. 1960년 이후 끊긴 한국의 우승 맥을 잇겠다는 각오다.
18세 막내로 시작해 한국의 캡틴이 됐고, 출전과 득점 모두 한국 축구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새겼다. 이제 골망을 흔드는 순간마다 새역사다. 동시에 자신을 넘어서는 발걸음이다. 손흥민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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