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리그 우승의 기쁨은 잠시다. 수없이 많은 가을을 겪어본 김현수(KT)는 벌써 그다음을 바라봤다. 이제 목표는 한국시리즈(KS) 정상을 확정 짓는 승리의 순간까지 닿는 데 있다.
KT는 5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롯데와의 홈경기에서 9-0으로 승리했다. 같은 날 2위 삼성이 두산에 패하면서 2021년 이후 5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3년 총액 50억원에 KT 유니폼을 입은 김현수도 이적 첫해부터 KS 직행 티켓을 품었다.
정작 본인은 자신의 공을 앞세우지 않았다. 김현수는 “내 역할을 잘 못한 것 같다”며 “(최)원준이와 (한)승택이가 3인분씩 한 것 같고, (샘) 힐리어드도 2인분을 했다. 나머지도 자기 몫을 다했다. 나는 묻어가서 좋다”며 웃었다.
숫자만 보면 결코 묻어간 시즌은 아니다. 김현수는 139경기에서 타율 0.285과 함께 13홈런 93타점을 써냈다. 외야수에서 고정 1루수로 자리를 이동하는 등 수비 부담까지 안았다. 그는 “야구하면서 주전 1루수를 처음 해봤다. 내야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며 “외야가 확실히 편했다는 걸 알았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7∼8월 타격감이 주춤했지만 9월 이후에만 타율 0.324로 반등하며 막판 선두 싸움에도 힘을 보탠 바 있다.
김현수가 꼽은 KT의 힘은 ‘원 팀’이었다. “다들 유독 팀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에이스 고영표를 가리켜 “완봉하고 사흘 뒤 중간 대기를 하겠다는 투수가 어디 있겠나”라고 말했다.
베테랑이 많은 선수단의 특성도 장점으로 봤다. “장점도 베테랑이고, 단점도 베테랑”이라며 웃은 그는 “경기가 안 풀려도 다른 선수가 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고 잡아준다. 모두가 내려놓지 않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후배들을 챙기는 역할도 여전하다. 이날 멀티홈런을 때린 장준원을 두고는 “LG에 있을 때부터 업어 키웠다. (장)준원이는 더 잘할 능력이 있어 눈이 간다”며 웃었다. 최원준의 개인 타이틀 경쟁에도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타이틀은 평생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기회다. 할 수 있을 때 해야 한다”고 했다.
이제 가장 중요한 건 긴 휴식 뒤 맞을 KS다. 김현수는 기다리는 시간이 오히려 어렵다고 했다. “처음 1∼2주는 정말 좋다. 그런데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시작될 때부터 중요해진다”며 “여태껏 개인적으론 사흘 정도만 쉬고 나머지는 시즌 때보다 (몸 상태 전반을) 더 끌어올리는 시간으로 썼다”고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단기전에서는 경기 감각을 완전히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김현수는 이번 정규리그 우승과 함께 스트레스를 다 털어냈다면서도 “이제 다시 KS 준비하면서 한창 쌓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압감을 이겨내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뜻일터. 그는 “빠른 공을 많이 보고, 한 경기 네 타석에서 한 번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컨디션 좋은 사람이 나온다”면서 “‘버스’를 타야 한다.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만 보고 있을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김현수는 지난해 LG서 통합우승을 경험한 뒤 올해 마법사 군단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뜻깊은 합류 첫해가 될 수 있을 터. 이적 첫 시즌은 물론, 개인 2년 연속 통합우승을 동시에 바라본다.
정규리그 1위의 여운을 이미 털어냈다. ‘우승청부사’의 시계는 다시 KS에 맞춰지기 시작했다.
수원=김종원 기자 johncorners@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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