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다 계획이 있었다.’
훌륭한 요리는 좋은 재료에서부터 시작한다. 아무리 뛰어난 요리사라도 손에 쥔 재료의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을 수 없다. 각각의 재료가 정해진 위치서 제 역할을 다할 때, 요리사의 손을 거쳐 하나의 완성된 맛이 탄생한다. 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왕좌에 오르기 위한 첫걸음, 뛰어난 선수들을 수집하는 일이다. 지난겨울 KT는 바쁘게 움직였다. 자유계약(FA) 시장에서 외부 영입 최대치인 3명을 품었다. 총액 기준 108억원에 달했다. 창단 이래 최대 규모였다.
주인공은 외야수 김현수(3년 총액 50억원)와 최원준(4년 총액 48억원), 포수 한승택(4년 총액 10억원)이다. 1차 목표는 타선 보강이었다. 지난 시즌 KT는 정규리그 6위를 마크, 한 끗 차이로 가을야구 열차에 탑승하지 못했다. 나름대로 탄탄한 마운드(팀 평균자책점 4.09·4위)를 갖추고 있었지만, 무딘 방망이로는 한계가 있었다. 팀 타율 0.253으로 최하위 키움(0.244) 다음으로 낮았다. 점수를 내야할 때 내지 못하다보니 승부처에서 확실한 우위를 가져가지 못했다.
반신반의 시선이 KT에게로 꽂혔다. 세 카드 모두 기대치 자체는 높다. 김현수의 경우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다만, 1988년생으로 올해 만 38세다. 앞으로의 활약을 쉬이 장담하기 어려웠다. 최원준, 한승택은 잠재력은 분명하나, 확실하게 터트리진 못한 상태. 지난 3년간 타율이 각각 0.265, 0.162에 불과했다. 여기에 포지션 문제도 있었다. 외야수 둘이 한꺼번에 합류하는 만큼 기존 자원들을 포함해 교통정리가 필요했다.
일각에선 날카로운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일종의 패닉 바잉을 의심했다. ‘집토끼’ 강백호(한화·4년 총액 100억원)를 잡지 못했다. 여기에 우선순위로 고려했던 박찬호(두산·4년 총액 80억원), 박해민(LG·4년 총액 65억원) 등을 줄줄이 놓쳤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조건만 보면 KT가 제시한 수준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KT 입장에선 허탈할 수밖에 없을 터. 최대어들이 빠르게 둥지를 찾아가면서 급하게 우회한 것 아니냐는 물음표가 쏟아졌다.
KT는 흔들리지 않았다. 촘촘한 중장기적 계획이 있었다. 앞서 FA와 트레이드 등을 통해 김상수, 오윤석, 장준원, 이정훈 등을 전략적으로 영입했다. 여기에 이적생 3인방이 가세한다면 훨씬 더 탄탄한 전력을 자랑할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기록으로 증명했다. 서로 다른 강점을 더하며 우승 타선을 완성했다. KT는 올 시즌 팀 타율 1위(4일 기준 0.292)를 작성 중이다. 약점을 지웠다. 우투수 상대(9위→1위), 테이블세터(8위→1위) 타율 등서 눈부신 발전을 빚었다.
선수 개개인의 활약상을 따져 봐도 FA 대박, 그 이상이다. 1루수로 자리를 옮긴 김현수는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타석에서뿐 아니라 더그아웃에서도 리더로서 중심을 확실히 잡았다. 최원준은 날개를 활짝 폈다. 개인 커리어하이 시즌을 만들었다. 빅터 레이예스(롯데)와 함께 최다 안타 경쟁 중이다. 200안타를 향해 내달리는 중이다. 한승택이 기존 안방마님 장성우가 부상으로 비운 자리를 메웠다. 도루허용도 크게 줄었다. 삼박자가 제대로 맞춰진 모습이다.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