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떤 감정인지 모르겠어요.”
KT가 정규리그 우승과 함께 한국시리즈(KS)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2021년 이후 5년 만이다. 마운드의 중심에는 늘 그가 있었다. 에이스 고영표다. 에이징 커브가 우려되는 30대 중반에도 볼끝의 힘은 여전했다. 마운드 위에서 누구보다 차갑고 뜨거웠던 ‘장안문 지킴이’ 고영표의 시선은 창단 두 번째 통합 우승으로 향하고 있다.
고영표는 1991년생, 만 35세다. 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KT의 유니폼을 입었다. 김민혁, 문상철과 함께 팀의 창단 멤버다. 오직 KT만을 지켜온 원클럽맨이자 프랜차이즈 스타다. 지난 시즌까지 통산 278경기 72승 66패 7홀드 평균자책점 3.96을 기록했다. 탈삼진은 1011개에 달한다.
2017년부터 선발 한 축을 꿰찼지만, 2019년부터 2년 간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이행했다. 낮에는 성실히 복무했고, 저녁마다 센터를 찾아 혼자 구슬땀을 흘렸다. 공백기는 길었지만, 복귀 첫 시즌부터 실전 공백의 우려를 말끔히 지워냈다. 오히려 더 단단해져서 돌아왔다. 매년 100이닝 이상을 책임지며 KT의 히어로 역할을 자처했다.
올 시즌 활약이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시다. 28경기 등판해 14승 7패 평균자책점 3.38(167⅔이닝 63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대부분의 지표가 리그 최상위권이다. 다승 공동 1위(14승), 이닝과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WAR·4.94)는 2위에 올랐다. 탈삼진(178개)과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1.25)은 3위를 마크 중이다. 9이닝당 볼넷(BB/9)은 1.2개에 불과했다.
기복이 없다. 28번 마운드에 올라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만 18차례 작성했다. 5이닝을 채우지 못한 경기는 단 두 번뿐이다. 지난 4월14일 창원 NC전(4이닝 7실점)과 9월3일 수원 한화전(3이닝 7실점)이 전부다.
전반기 페이스도 좋았지만, 후반기는 ‘언터처블’ 그 자체였다. 12경기에서 8승을 쓸어 담았다. 평균자책점은 2.12(76⅓이닝 18자책점)로 외인 원투펀치 대니엘(2.16), 로건(4.02) 보다 뛰어났다. 선두 싸움이 1~2게임 차로 요동치던 8월과 9월에 위력은 배가 됐다. 8월 4경기에 나서 2승, 평균자책점 2.49(25⅓이닝 7자책점)를 기록했다. 9월에도 5경기 중 3승을 수확했다.
10월 등판 첫 경기서 정점을 찍었다. 지난 3일 수원 롯데전서 9이닝 동안 안타 4개만 내줬고, 삼진 8개를 솎아내며 무실점 완봉승을 달성했다. 투구 수는 총 102개였다. KS의 활약을 기대케 하는 완벽투였다. 역투를 이어간 비결은 과감한 승부였다. 고영표는 “몸쪽 로케이션이 잘 됐다”며 “나는 공이 느린 투수라 바깥쪽으로 공을 계속 던지면 5이닝도 버티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우승 확정 순간, 벅찬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고영표는 “아직 실감 나지 않는다. 팀 승리만을 생각하고 마운드에 섰는데 매직넘버를 다 지우고 우승을 하고자 하는 거라서 더 남다르다”며 “어떤 감정인지 모르겠지만 KS가 아직 남았다. 트로피를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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