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름과 종목에서 전해진 메달 소식은 척박한 환경을 이겨낸 값진 성과다. 하지만 일회성 환호만으로는 다음 메달을 기대할 수 없다. 비인기 종목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테크볼 이준석은 이번 대회 남자 단식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불모지에서 이뤄낸 성과다. 대한테크볼협회는 아직 대한체육회 정가맹단체가 아니다.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 입촌하지 못했다. 식사와 훈련 지원도 없었다. 하지만 이준석은 묵묵히 구슬땀을 흘렸고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그는 “(테크볼) 실업팀이 없어서 아파트 관리실의 허락을 받아 공원에 테이블을 펴서 연습했다”며 “(금메달이) 내게 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즈베키스탄 전통 무술인 쿠라시에서도 한국 여자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모수민과 김민영(이상 한국체대)은 각각 78㎏급과 87㎏ 초과급에 나서 은메달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한국 쿠라시는 AG 정식 종목이 된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금빛 낭보를 전했다. 김민영은 “예산이 부족해 선수들이 함께 제대로 훈련하지 못했고, 혼자 훈련하는 것도 어려웠다”며 “꼭 금메달을 따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열심히 해서 한 단계씩 올라가자고 마음먹었다”고 털어놨다.
모기업의 든든한 지원이 성적으로 증명된 좋은 선례가 있다. 한국 핸드볼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08년 말 대한핸드볼협회장에 취임한 이후 투자가 이어졌다. 전용경기장 건립부터 H리그 출범까지, 누적 투자액만 1700억원을 넘는다. 결과는 달콤했다. 여자 대표팀은 이번 AG서 우승 갈증을 풀었다.
양궁도 마찬가지다. 컴파운드 종목의 성장이 이를 증명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를 이끌며 긴 동행을 이어오고 있다. 리커브에 비해 저변이 얕고 상대적 약세였던 컴파운드에 꾸준히 공을 들였다. 김종호(현대제철)는 한국 사상 첫 컴파운드 개인전 금메달을 땄다. 중학교 3학년 강연서도 생애 첫 AG서 동메달 2개를 품었다.
다행히 변화의 문은 조금씩 열리고 있다. 이번 대회로 가능성을 증명한 비인기 종목을 향해 제도적 지원의 손길이 내밀어지고 있다.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은 “종목의 규모나 인지도에 관계없이 국가대표 선수들이 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더욱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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