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그 이상의 가치다. 부상으로 인한 고통 속에서도 태극전사들은 포기를 몰랐다. 동료를 위해 물살을 갈랐고, 끝까지 레이스를 완주했다. 2026 아이치·나고야 AG에서 우리가 ‘진짜’ 기억해야 할 순간이다.
김민석(수원시청)은 한국 레슬링의 유일한 메달리스트다. 지난달 30일 남자 그레코로만형 130㎏급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와 2022 항저우 대회에 이어 3연속 시상대에 올랐다.
역경을 딛고 일어섰기에 더 뜻깊다. 지난해 훈련 중 가슴 근육이 완전히 파열돼 수술을 받으려 했지만, AG 출전을 위해 치료를 뒤로 미뤘다. 진통제를 삼키면서 버텨냈다. 김민석은 “부상을 안고서도 최선을 다했지만 이게 바로 현실이다. 하늘이 내게 동메달까지만 허락했다. 당장 욕이 나올 정도로 분하다”며 “대회가 끝났으니 후회는 하지 않겠다. 다음엔 더 잘 준비해서 이기겠다”고 다음을 기약했다.
유도 이준환(포항시청)도 주특기를 제대로 구사할 수 없는 몸 상태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왼쪽 무릎 인대 파열로 긴 시간을 재활에 전념했고, 지난 6월에는 2026 울란바타르 그랜드슬램에서 오른쪽 무릎마저 다쳤다. 양쪽 무릎을 제대로 굽히기 어려워 자신의 전매특허인 업어치기를 시도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다양한 기술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8강에서는 리궉윙(홍콩)을 상대로 띠잡아돌리기와 밭다리걸기로 승리했으며, 동메달 결정전에선 무릎대팔꺾기로 한판승을 거뒀다.
2022 항저우 대회 3관왕의 수영 김우민(강원특별자치도청) 역시 왼쪽 어깨 회전근개와 관절와순 부분 파열, 충돌증후군이라는 부상 속에서 개인전 출전은 모두 포기했지만, 단체전인 계영 400m 예선에 출전했다. 결승에 나설 주축 선수들의 체력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다는 본인의 의지에 따라 이뤄졌다.
육상 박민호(국군체육부대)의 투혼도 화제를 모았다. 발바닥이 찢어져 운동화가 피로 물든 상황에서도 42.195㎞를 끝까지 완주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AG에서 부상에도 경기에 나선 이유는 저마다 달랐다. 누군가는 시상대를 위해, 누군가는 동료를 위해 몸을 던졌다. 스포츠는 메달로 기록되지만 팬들은 그 과정을 기억한다. 금메달보다 병역 혜택이 더 큰 화제가 된 이번 대회에서, 이들의 투혼은 결과를 넘어 국제종합대회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준 장면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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