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직장인 이모씨는 지난달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의 새 앨범을 여러장 구매했다. 앨범마다 무작위로 들어 있는 포토카드 가운데 원하는 멤버의 카드를 얻기 위해서다. 원하는 카드가 끝내 나오지 않자 거래 플랫폼에서 따로 구했다. 주말에는 팝업스토어에 2시간 줄을 서서 한정판 굿즈를 샀고 매달 5000원씩 내는 팬 플랫폼 구독으로 최애 멤버의 메시지를 받아보며 웃는다. 이씨는 “앨범은 시작일 뿐 사실 굿즈와 구독에 쓰는 돈이 더 많다”고 말했다.
K-팝 팬들의 지갑이 열리는 곳이 달라졌다. 수집하고, 경험하고, 소통하는 것 자체가 소비가 되면서 K-팝 산업의 수익 공식이 바뀌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수집형 소비다. 앨범에 무작위로 들어가는 포토카드부터 한정판 굿즈, 멤버별 특전까지 수집 욕구를 겨냥한 상품이 잇따르면서 거래 시장도 커졌다.
5일 포토카드 거래 플랫폼 포카마켓에 따르면 올해 1~4월 거래량은 전년 동기 대비 99.5%나 폭증했다. 같은 기간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서도 포토카드 등 카드류 거래가 32% 증가했다. 지난해 포토카드 연간 거래량은 약 500만장에 이르고, 일부 인기 아이돌 포토카드는 장당 100만원 넘게 거래된다. 앨범 특전이 하나의 거래 상품이 된 것이다.
팝업스토어는 홍보 공간에서 수익 사업으로 바뀌었다. 팝업·상업용 부동산 전문기업 스위트스팟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팝업스토어는 2130건으로 지난해 상반기(1470건)보다 44.9% 늘었고, 증가세는 IP와 엔터테인먼트 등 팬덤 기반 팝업이 이끌었다. 특히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의 엔터테인먼트 팝업은 2023년 14건에서 2024년 31건으로 두 배 넘게 늘었고, 지난해에도 지드래곤과 아이유 등 K-팝 관련 행사가 30여 차례 열렸다.
이런 흐름은 엔터사 실적에도 그대로 찍힌다. 하이브의 올해 2분기 굿즈 판매 등 간접 참여형 매출은 41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1% 늘었다. 음악을 듣고 공연을 보는 것을 넘어 아티스트 IP를 입힌 상품을 사는 소비가 매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온라인에서는 팬덤 플랫폼이 새 수익원으로 떠올랐다. 팬들은 플랫폼에서 아티스트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라이브를 보면서 유료 멤버십과 디지털 상품을 산다. 하이브의 위버스는 올해 2분기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1443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전체 결제 금액은 전분기보다 12%, 유료 이용자당 평균 결제금액(ARPPU)은 24% 늘었다. SM 계열 디어유가 운영하는 구독형 플랫폼 버블도 2분기 매출 234억원, 영업이익 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 26.4% 증가했다.
이제 K-팝 팬덤 소비는 ‘앨범을 몇 장 샀느냐’로만 설명하기 어렵다. 앨범에서 시작된 소비가 포토카드와 굿즈 수집, 팝업과 공연 현장의 경험, 플랫폼 구독과 메시지로 이어진다. 팬 한 명이 한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여러 형태의 소비를 반복하면서 음반과 음원에 기대던 엔터업계의 수익 구조도 상품과 공간, 디지털 서비스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다만 이런 소비는 공연장 밖 여행과 관광으로까지 번져 과소비와 환경 문제라는 그늘이 함께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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