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토크] 지창욱 “‘스캔들’ 혹평 아프지만 부끄럽지 않아…내 갈 길 가려해”

넷플릭스 스캔들이 2003년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이후 23년 만에 8부작 시리즈로 재탄생했다. 이번 작품에서 단연 눈길을 끈 대목은 배우 지창욱의 파격적인 변신이다. 조선 최고의 난봉꾼이자 금기된 욕망에 사로잡힌 조원 역을 맡아 파격적인 노출과 섬세한 감정선을 오간다.

 

공개 직후 국내외 OTT 상위권에 올랐지만, 파격적인 소재와 문학적인 호흡 탓에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느린 전개와 각색 방식에 대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이에 대해 지창욱은 피하거나 돌려 말하지 않고 담담히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지창욱은 “호불호가 많이 나뉘는 작품이구나 예상은 했다. 스캔들이란 작품 자체가 호불호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내 작품이 혹평을 받는다는 건 슬프고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부끄럽지 않다”라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2003년 원작 영화와의 직접적인 비교, 그리고 대중의 엇갈린 평가에 대해서도 배우로서의 담대함이 묻어났다. 지창욱은 “배우가 작품을 하다 보면 호평만 들을 수는 없다. 배우가 된 순간부터 평가받고 비교당하는 건 숙명”이라며 “호감 때문에 내가 바뀌지 않으려 노력하고, 비호감 때문에 겁먹지 않으려 노력한다. 내가 맞고 틀리고의 기준이 되지 말자는 마음으로 내 갈 길을 가려고 한다”라고 강조했다.

 

◆“새장 속에 갇혀버린 남자”… 욕망과 복수 사이의 조원

 

지창욱이 그려낸 조원은 단순한 바람둥이가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마음을 나눈 사촌누이 조씨부인(손예진)과의 금기된 관계, 그리고 그 내기 속에서 만난 희연(나나) 사이에서 스스로를 파괴해 가는 복합적인 인물이다. 지창욱은 자신이 연기한 조원을 한 문장으로 정의해 달라는 질문에 “망가져버린 남자, 새장 속에 갇혀버린 남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왕에게 신뢰를 받을 정도의 인재였지만, 조윤(조씨부인)에게 느낀 피해의식과 자격지심으로 스스로 삶을 망가뜨린 인물”이라며 캐릭터가 가진 아이러니를 짚었다.

 

그렇다면 조원이 조씨부인과 희연에게 품었던 그 미묘한 감정들은 과연 사랑이었을까. 지창욱은 조씨부인을 향한 마음을 두고 “조윤을 갖고 싶어 하는 마음조차 사랑일까 싶었다. 사랑이라기보다 복수의 과정, 집착하는 느낌에 가까웠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반면 희연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따뜻함’을 느꼈다는 것이 가장 큰 충격이었을 것”이라며 “우리 작품은 그것을 사랑이라고 명확하게 답을 내리지 않지만, 그 모호함 자체가 이 극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극 후반부 해학적인 결말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지창욱은 “마지막 나루터에서 뱃사공이 ‘아이고, 양반으로 태어나기가 얼마나 힘든데’라고 하는 대사가 나오는데 그 대사가 참 좋았다”며 “그들의 절절한 사랑을 별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그 해학적인 결말이 북촌 사람들의 위선을 풍자하는 작품의 결과도 잘 맞았다”라고 해석을 덧붙였다.

 

◆정지우 감독의 집요한 질문… 모니터 없이 완성한 도전

 

이번 작품은 ‘해피 엔드’, ‘은교’ 등을 만든 정지우 감독과의 첫 만남으로도 기대를 모았다. 정 감독은 촬영 현장에서 지창욱에게 모니터링을 금지하고, 정답을 정해두지 않은 채 수많은 테이크를 가는 색다른 연출 방식을 적용했다. 기존의 연기 틀을 깨야 했던 지창욱에게는 괴롭지만 신선한 도전이었다.

 

지창욱은 “보통 배우가 인물과 감정을 아주 명확하게 알고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번엔 감독님을 온전히 믿고 가는 작업이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눈을 감고 누군가 손을 붙잡고 가면 무서운 것처럼 굉장히 불안하고 혼란스러웠지만, 그 고통스러운 과정 안에서 저도 몰랐던 제 표정과 새로운 호흡을 만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상대 배우들과의 밀도 높은 호흡과 파격적인 노출 신에 대한 비하인드도 전했다. 지창욱은 “손예진 선배님과의 첫 재회 장면을 하필 첫 촬영 날 찍으셨다. ‘배우한테 너무 잔인하다’ 싶었지만, 그 익숙하지 않음에서 나오는 미묘한 호흡을 노리신 거였다”라며 웃어 보였다. 노출에 대해서는 “멋있게 보이기 위해 운동을 하거나 몸을 만드는 식의 외형적인 준비는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비주얼보다 감독님이 원하는 장면의 의도와 감정에 집중했다”라고 밝혔다.

 

20대 시절부터 걸어온 연기 인생을 돌아보며 지창욱은 연기를 향한 변함없는 열정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지창욱은 “한해 한해 지나면서 나이를 먹으니 감정도 달라진다. 20대에 바라본 산과 지금 보는 산이 다르듯, 지금의 제 나이에 표현한 조원이 딱 적당했던 것 같다”라며 “배우에게 불안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감정이지만, 작업 자체가 저에게는 가장 큰 행복이다. 앞으로도 부끄럽지 않고 멋있는 배우로 잘 걸어가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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