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비판인가, 창작자 공격인가…‘암살자(들)’ 논란에 영화계가 나선 이유?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에 영화계 단체들이 잇따라 입장을 내고 있다.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에 이어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까지 나서 “비판과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창작자 개인을 향한 위협은 멈춰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논란의 출발점은 영화가 다룬 역사적 사건이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당시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형사와 기자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는 공식 수사 결과와 별개로 사건을 둘러싼 여러 의문과 가설을 극적 상상력 안에서 다룬다. 이를 두고 정치권과 일부 보수 단체 등에서는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을 제기했다.

 

문제는 이후 논쟁의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이다. 영화 자체에 대한 비판을 넘어 출연 배우들의 SNS와 광고 게시물 등에 항의성 댓글이 이어졌고, 유해진이 출연한 일부 광고 콘텐츠의 댓글 기능이 닫히는 일도 벌어졌다. 영화에 호평을 남긴 평론가와 리뷰 콘텐츠까지 비판의 대상이 됐다. 

 

논란은 오프라인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암살자(들)’ 측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참석과 야외 무대인사 등 일정을 취소했다. 제작사 측은 배우와 관객의 안전, 출연진이 받을 부담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일부 단체가 주연 배우의 자택 앞 집회까지 예고하면서 논란이 작품 밖으로 확대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이 먼저 우려를 표했다. 촬영감독조합은 실제 사건에서 출발한 영화라도 결국 창작자의 상상과 해석으로 완성되는 작품이라며,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극영화가 기록 자체를 대신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작품에 대한 비판과 다른 해석 역시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공감과 아쉬움, 서로 다른 시각 모두 영화에 대한 정상적인 대화라는 것이다. 다만 그 대화가 작품을 넘어 배우와 창작자 개인에게 향하거나 관객의 평가가 있는 그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상황으로 번지는 데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SBS 뉴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의 입장도 같은 지점에 닿아 있다. 프로듀서조합은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에 다양한 해석과 평가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고, 비판 역시 표현의 자유 안에서 존중받아야 한다고 전제했다. 특정한 해석이나 입장을 관객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대신 작품 참여자의 신상과 가족 관계를 공개하거나 관련 개인과 기업, 단체의 정상적인 활동을 압박하는 행위는 정당한 비판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비방과 협박, 사생활 거론, 신변 안전이나 생업을 위협하는 행위를 멈추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의 유포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두 조합의 입장에서 공통적으로 읽히는 핵심은 ‘비판을 하지 말라’가 아니다. 영화의 역사 해석을 두고 찬반이 갈리는 것, 작품의 완성도와 관점을 평가하는 것 자체는 관객의 자유라는 데 두 단체 모두 동의한다.

 

다만 그 비판의 대상이 영화에서 사람으로 옮겨가는 순간에는 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이다. 출연했다는 이유로 배우 개인을 공격하거나 가족과 사생활을 끌어들이고, 광고나 생업까지 압박하는 행위는 작품에 대한 비평과는 다른 문제라는 취지다.

 

결국 ‘암살자(들)’ 논란은 이제 영화가 역사를 어디까지 재해석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작품에 대한 비판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라는 또 다른 문제로 번졌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계속될 수 있다. 역사적 사실과 영화적 상상력 사이의 간극 역시 충분히 토론할 수 있다. 다만 촬영감독조합과 프로듀서조합이 잇따라 성명을 낸 것은 그 논쟁이 창작자와 배우 개인의 안전과 생업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확대돼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쟁이 작품과 역사 해석의 영역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영화계 역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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