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의 장갑석’
한국 사격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5개, 동메달 4개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국가별 순위서 3위다. 당초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으나, 2022 항저우 대회의 성적(금2·은4·동8, 4위)을 한 계단 끌어올렸다.
비결은 확실한 지원과 관리다. 대표팀을 이끈 장갑석 총감독은 선수단을 빈틈없이 통제하고 관리해 ‘관리의 장갑석’이라 불린다. 대표팀은 출국 전 인천 옥련국제사격장과 전라남도국제사격장에서 최종 합동훈련을 치렀다. 현지 숙소에서 사격장까지 버스로 1시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해, 훈련 기간 숙소도 사격장에서 1시간 이상 떨어진 곳에 잡았다. 훈련장 벽면 색상을 현지 경기장과 비슷하게 바꾸고, 한국스포츠과학원의 기술 지원도 받았다. 선수 30명은 경기 시작 닷새 전 나고야에 도착해 현지 적응에 들어갔다.
현지에서는 국제대회 참가자 준수사항 12개 항을 선수단에 전달하고 끝까지 읽고 지키도록 했다. 음주와 단독 외출 금지, 숙소 복귀 오후 9시 원칙, 실탄을 포함한 수화물 점검은 물론이고 선수단의 복장까지 관리했다. 국가대표로서의 품위와 안전을 함께 지키기 위해서다.
지원에 총력을 다했다. 연맹은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 인력을 현장에 배치했다. 경기 중 문제가 생기면 현장에서 곧바로 소청을 제기해야 한다. 그런데 산탄총 경기장은 소총·권총 경기장과 떨어져 있어, 연맹은 통역 2명을 경기장마다 한 명씩 배치했다. 소청 상황에 대비해 항의에 필요한 유로화 현금 봉투도 준비하고, 소청서를 바로 출력할 수 있도록 휴대용 프린터도 챙겼다. 국내 유일의 건스미스도 현장에서 선수들의 총기를 점검하고 정비했다.
연맹의 회장, 부회장, 사무처장도 모두 현장을 지키며 대표팀을 뒷바라지했다. 지방사격연맹 회장단 10여 명은 응원단을 꾸려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에게 힘을 보탰다. 선수들의 식사가 부실하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일본에 사는 친척들의 도움을 받아 라면과 김치 등 한국 음식을 조달한 것도 지방연맹 회장단이었다. 중앙연맹과 지방연맹이 한마음으로 선수들을 지원한 셈이다.
강연술 회장은 대회 개막 전부터 매일 경기장을 찾았다. 대회 이틀째까지 금메달이 나오지 않자 9월 21일 사격장에서 대표팀 지도자, 회장단, 사무처가 참석하는 긴급회의를 열었다. 조직위원회 셔틀버스는 운행 간격이 길어 이동이 불편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연맹은 대회 사흘째인 22일 오전 7시부터 14인승 미니버스를 따로 투입했다. 버스에는 그날 경기를 치르는 선수 3명과 전담 코치 1명 등 4명만 태워, 숙소에서 사격장까지 1시간이 넘는 거리를 외부 접촉 없이 조용히 이동하며 경기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메달을 딴 선수들이 주목받을 자리도 직접 만들었다. 경기장에서 메달리스트 공식 기자회견이 정례적으로 열리지 않자, 연맹은 한국 기자단만을 위한 단독 기자회견을 마련했다. 연맹 관계자는 "대표 선수 대부분이 기자회견이 처음이다"며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들이 카메라 앞에서 조명을 받는 경험을 하게 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위원회 기자회견 담당자에게 한국 팀이 회견장을 단독으로 쓸 수 있도록 간곡히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과제도 확인했다. 여자 50m 소총3자세 동메달리스트 김지은을 비롯한 소총 선수들은 실내 50m 사격장에서 경기해 본 경험이 거의 없어 현지 환경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연맹은 이를 바탕으로 국내 훈련 여건 개선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대표팀은 11월 1일 개최되는 카타르 도하 세계선수권대회를 위해 해단식도 뒤로 미루고 다시 담금질에 들어간다.
장갑석 총감독은 "목표로 했던 성적에는 미치지 못해 아쉽지만, 직전 대회보다 금메달과 순위를 끌어올린 것은 의미 있는 결과"라며 "엄격한 원칙을 끝까지 지켜 준 선수들과 지도자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실내 50m 경기 경험 부족 등 이번 대회에서 드러난 과제를 보완해 도하 세계선수권대회와 내년 대구 세계선수권대회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강연술 회장은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회장단과 사무처, 지방연맹 회장단이 한마음으로 현장을 지켰다"며 "타국에서 선수단을 응원하고 뒷바라지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나고야=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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