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크루즈가 13번째로 한국을 찾았다. ‘미션 임파서블’과 ‘탑건: 매버릭’에서 몸을 던졌던 그가 이번에는 액션이 아닌 코미디와 파격적인 캐릭터 변신으로 승부한다. 알레한드로 G. 이냐리투 감독의 신작 ‘디거’다.
톰 크루즈는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열린 영화 ‘디거’ 내한 기자회견에서 작품을 선택한 이유와 이냐리투 감독과의 오랜 협업 과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디거’는 괴짜 석유 재벌 디거 록웰이 소유한 그린란드 빙하 시추 시설에서 발생한 작은 균열이 전 세계를 뒤흔드는 대재앙으로 번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모든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디거가 직접 인류를 구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코미디로 풀어낸 작품이다.
톰 크루즈는 디거 록웰에 대해 “정말 다층적인 캐릭터다. 제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인물이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 그는 “보통 영화를 준비할 때도 몇 년이 걸리는데 이냐리투 감독은 무려 9년을 준비했다”며 “나는 2019년부터 같이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첫 만남도 ‘탑건: 매버릭’ 촬영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톰 크루즈는 “촬영 첫날 연락을 받았다. 오토바이를 타고 이냐리투 감독의 사무실로 찾아가 몇 시간 동안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며 “‘디거’를 영화적인 관점뿐 아니라 여러 층위에서 이야기했다. 영화 제작 자체도 ‘어나더 레벨’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회상했다.
톰 크루즈는 25년 전 이냐리투 감독의 데뷔작 ‘아모레스 페로스’를 본 뒤부터 그의 팬이었다고 밝혔다. ‘버드맨’,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등을 통해 독창적인 연출 세계를 구축해온 이냐리투 감독과 이번 작품으로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됐다.
그는 “나는 여러 장르의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를 볼 때도, 제작할 때도 다양한 장르를 생각한다”며 “이냐리투 감독은 거장이자 엄청난 예술가다. 그동안 스티븐 스필버그, 스탠리 큐브릭 등 여러 거장 감독들과 작업해왔는데 ‘디거’는 내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영화였다. 그래서 함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 톰 크루즈의 외형부터 달라졌다. 불룩한 배와 백발을 한 디거 록웰은 ‘미션 임파서블’의 이단 헌트나 ‘탑건: 매버릭’의 매버릭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다. 그동안 직접 고난도 스턴트와 항공 훈련까지 소화했던 톰 크루즈가 이번에는 육체적 액션이 아닌 캐릭터 자체의 변화에 무게를 실었다.
톰 크루즈 역시 디거를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도전적인 캐릭터”라고 표현했다.
그는 “기상천외한 인물을 연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며 “현대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야기 자체는 시대를 초월하는 고전적인 이야기다. 각각의 인물이 어떻게 행동하고 반응하는지를 보면 그 보편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답했다. 톰 크루즈는 ‘7월 4일생’과 ‘제리 맥과이어’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 ‘매그놀리아’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아직 연기상 수상 경력은 없다.
그는 “캐릭터를 만들 때 항상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며 “오스카 같은 상을 생각하기보다는 영화를 만드는 것 자체가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결국 이야기가 중심이다. 이 영화에서 이냐리투 감독은 영화의 구조와 스토리텔링을 완전히 바꿨다”고 강조했다.
‘디거’에는 톰 크루즈 외에도 ‘추락의 해부’,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산드라 휠러를 비롯해 존 굿맨,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제시 플레먼스 등이 출연한다. ‘버드맨’과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서 이냐리투 감독과 호흡을 맞춘 촬영감독 엠마누엘 루베즈키도 참여했다.
이번 방문은 톰 크루즈의 통산 13번째 내한이다. 그동안 주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탑건: 매버릭’ 등 대형 액션영화를 들고 한국을 찾았던 그가 이번에는 전혀 다른 성격의 작품으로 관객 앞에 섰다.
20년 넘게 불가능에 가까운 액션에 몸을 던져온 톰 크루즈가 이번에는 불룩한 배와 백발의 괴짜 재벌로 변신했다. 그가 “지금까지 가장 도전적인 캐릭터”라고 꼽은 디거 록웰이 또 어떤 얼굴을 보여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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