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당당히 들고 태극기를 아시아 최정상에 꽂았다. 전날 남자 단체전의 노메달 수모, 이대로 한국 남자 양궁 컴파운드의 자존심이 추락하는 듯했다. 하지만 대표팀엔 김종호(현대제철)가 있었다. 구겨졌던 한국의 자존심을 활 시위를 당기듯 팽팽하게 당겼다. 이 종목 한국 선수 최초 금메달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김종호는 1일 일본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다목적광정에서 끝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 양궁 컴파운드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149점을 기록했다. 장정웨이(대만·145점)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새 역사다. 한국이 AG 남자 컴파운드 개인전에서 결승에 오르고 금메달을 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까지 2022 항저우 대회 양재원의 동메달이 유일했다.
단체전의 아쉬움을 완벽하게 지웠다. 한국 남자 컴파운드 대표팀은 전날 준결승에서 인도,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대만에 패했다. 빈손으로 경기장을 떠났다. 김종호는 이를 꽉 깨물고 내일을 다짐했다. 다시 돌아온 사선, 똑같은 실수는 없었다. ‘각성 모드’를 켰다. 4강에선 복수극을 펼쳤다. 인도의 가네시 마니 라트남 티루무루(144점)를 상대로 148점을 쐈다. 철옹성 같던 인도를 넘어서고 결승에 안착했다.
출발부터 좋았다. 김종호는 1엔드서 10, 10, 9점을 쏘며 장정웨이를 따돌렸다. 심호흡을 한번 내쉰 뒤엔 더욱 압도적인 실력을 자랑했다. 2엔드부터 4엔드까지 연달아 10점을 꿰뚫었다. 장정웨이는 더 흔들렸다. 김종호에게 자비란 없었다. 마지막 5엔드서도 10점 행진을 이어가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순도 높은 집중력이 빛났다. 결승서 단 한 발을 제외하고 모두 10점을 쐈다. 엑스텐은 무려 9번이었다.
깜짝 등장이 아니다. 컴파운드를 지켜온 베테랑 중 한 명이다. 생애 첫 출전이었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서 남자 단체전 금메달과 혼성 단체전 은메달을 이끌었다. 항저우 대회서도 남자 단체전 은메달을 따냈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개인전 포디움에 오르지 못했다는 것. 이번 대회서 그 설움을 완벽히 털어냈다.
김종호는 “단체전 끝나고 잠도 못 자고 머리가 아팠다. 동료들에게 정말 미안했다. 굉장히 힘들었다. 그래도 남은 경기까지 의기소침하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인생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는데 아쉬움이 남겠다 싶었다”며 “‘그래, 해보자’는 생각으로 쐈다. 긴장해서 바닥만 보긴 했는데, 한 발 한 발 쏘다 보니 승리의 포인트 샷이 돼 있었다”고 미소 지었다.
오카자키=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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