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메달의 아쉬움이 표정에 역력했다. 이도현(서울시청)이 두 번째 아시안게임(AG)서 고배를 마셨다. 3년 전보다 더 강력해진 모습으로 무대에 돌아온 만큼 자신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첫 관문부터 쉽지 않았다. ‘0점’이라는 쓰라린 성적표를 받았다. 포기하지 않았다. 호흡을 가다듬은 뒤 다시 홀드를 잡았고, 역전극을 펼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도현은 30일 일본 나고야 국제전시장에서 끝난 2026 아이치·나고야 AG 스포츠클라이밍 볼더링 남자부 결승에서 49.7점으로 2위를 기록했다. 2022 항저우 대회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은메달이다. 그는 “기쁘면서도 아쉽다. 준비한 걸 다 쏟아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면서 “그래도 은메달이라는 성적은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2번째 AG이지만, 마치 첫 출전 때처럼 떨렸다. 컨디션에 대한 걱정도 한몫했다. 이도현은 나고야 입성 하루이틀 전 감기에 걸렸다. 회복하는 중이지만, 완벽한 상태는 아니다. 평소라면 거뜬히 해냈을 1번 과제서 난항을 겪은 배경이다. 그는 “생각보다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했던 템포가 나오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지나간 건 빠르게 잊었다. 2번 과제부터 막힘없이 풀기 시작하더니 3번 과제도 완벽하게 수행했다. 1위를 차지한 안라쿠 소라토(일본)를 제외한 경쟁자들을 제쳤다. 이도현은 “1번 끝나고 정말 아쉬웠다. 그래도 남은 문제가 있으니 최대한 집중하자고 되뇌었다. 최대한 문제만 생각했다”며 “마지막 과제를 정말 풀고 싶었다. 대기실에서도 풀면 역전이니 재밌겠다고 생각했는데, 해보니 앞선 선수들이 못한 이유가 있더라. 정말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AG 은메달리스트, 한국 간판 클라이밍 선수로 성장한 배경엔 아버지가 있다. 이도현은 2020 도쿄올림픽 스포츠클라이밍 대표팀을 이끌었던 이창현 전 감독의 아들이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암장을 드나들었다. 놀이터와 마찬가지였다. 아버지를 쫓던 소년은 어느새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다. 지난해 스포츠클라이밍 세계선수권대회서 우승하기도 했다. 이번 대회 특히 기대가 컸던 배경이다.
기회는 아직 한 발 더 남았다. 만회할 리드가 남아 있다. 세계선수권서 우승을 차지했던 바로 그 종목이다. 로프를 걸며 최대한 높이 올라가는 방식이다. 이도현은 “볼더링과 리드 둘 다 자신 있는데 특히 리드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종목”이라며 “내가 준비한 만큼 다 보여주겠다”고 각오했다.
나고야=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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