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이 극장가에서 흥행을 이어가는 가운데 작품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공식적으로 알려진 사실과 다른 가능성을 영화적 가설로 풀어낸 것을 두고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과 “창작의 영역”이라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29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은 이날 한국영화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연휴인 지난 24일부터 27일까지는 140만7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작으로 떠올랐다. 누적 관객 수는 전날 기준 157만명을 넘어섰다.
암살자(들)은 1974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모티브로, 당시 사건을 둘러싼 의문과 배후를 추적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등이 출연하고 허진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논쟁은 영화가 사건의 공식 수사 결과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냈다는 데서 비롯됐다. 특히 사건 당일 발생한 총격을 둘러싼 여러 해석을 영화적으로 풀어내고, 당시 권력기관의 개입 가능성도 열어두면서 역사적 사실과 창작의 경계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 강한 비판이 나왔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영화적 상상력과 표현의 자유 한계를 넘어 역사적 왜곡이자 선동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 역시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교묘하게 비틀어 마치 육 여사 피격의 진짜 배후는 고 박정희 대통령인 것처럼 묘사한다”며 “명백한 정치적 프로파간다”라고 비판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도 반발했다. 재단 측은 “영화 제작사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데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해당 영화 상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며 “국가적 비극을 흥행과 오락의 소재로 활용하면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사회적 갈등과 국론 분열을 초래하는 행위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온라인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정치적 왜곡이 들어 있어 불편했다”, “실제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만큼 사실관계는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비판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반면 제작진은 역사적 사실을 바꾸거나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제작진은 입장문을 통해 “1974년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당시 사건과 관련하여 작성된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라며 “본 작품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며,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고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작품 고유의 창작 의도와 성격을 넘어 특정한 정치적 목적 의도로 제작된 영화가 아님을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제작진의 이 같은 설명과 함께 영화의 설정을 역사 왜곡으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극영화인 만큼 창작자의 상상력까지 역사적 사실의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영화 시작부터 실제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닌 창작물이라는 점을 밝혔는데 과도한 반응인 것 같다”, “확인되지 않은 부분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것까지 역사 왜곡으로 볼 수 있느냐”, “영화는 영화로 봐야 한다”, “역사적 소재를 다뤘다고 해서 작품의 모든 설정을 실제 사실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등 반응이 나왔다.
암살자(들)을 향한 시선이 엇갈리면서 역사 왜곡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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