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완벽한 복수극이었다. 한국 여자 핸드볼이 6전 전승으로 8년 만의 아시아 정상을 탈환했다. 아시안게임(AG) 10회 연속 메달이라는 금자탑도 함께 달성했다.
이계청(삼척시청)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핸드볼대표팀은 27일 일본 아이치현 이나자와 엔트리오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AG 여자 핸드볼 풀리그 6차전서 27-23으로 승리했다.
이번 대회는 총 7개국이 참가해 풀리그 방식으로 챔피언을 가렸다. 각국이 한 번씩 맞붙어 최종 순위로 매달 색을 정했다. 한국은 거침없었다. 홍콩전(48-16 승)을 시작으로 카자흐스탄(42-18 승), 우즈베키스탄(43-13 승), 중국(37-17 승), 베트남(46-18 승)을 차례로 격파했다. 숙적 일본까지 잡아낸 한국은 6전 전승, 승점 12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후 8년 만이자, AG 통산 8번째 축포였다.
통쾌한 설욕전이었다. 2022 항저우 대회(2023년 개최) 결승에서도 일본과 만났다. 허무하게 무너졌다. 19-29로 10점 차 패배를 당했다. 이후 침체기에 빠졌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는 조별리그에 탈락하기도 했다. 이를 갈았다. 대표팀 베테랑 류은희(부산시설공단)는 “당시 한일전 패배 이후 너무 괴로웠다. 마음을 추스기 힘들 정도”라며 “그때의 빚을 갚아주기 위해 훈련 때마다 스스로를 국한까지 몰아붙였다”고 전했다.
일본 역시 이번 대회 조별리그 5전 전승으로 탄탄한 전력을 나타냈다. 주장 권한나(부산시설공단)는 경기를 앞두고 “우리의 조직력이 그 어느 때보다 좋아졌다.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필승을 다짐했다. 대표팀의 단호한 결의는 경기 내용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류은희의 연속 3득점을 시작으로 권한나가 공격을 주도하며 초반 7-5로 앞서 나간 뒤 전반 내내 단 한차례도 일본에게 리드를 뺏기지 않았다. 골문 단속도 철저했다. 박세영(삼척시청) 골키퍼가 중요한 순간마다 슈퍼세이브를 펼쳤다. 롱슛 실점을 최소화했다. 정진희(서울시청) 골키퍼 역시 상대의 7m 스로를 막아내며 힘을 보탰다.
수비 집중력도 빛났다. 단단한 대형을 갖춰 상대에게 슈팅 틈을 주지 않았다. 후반 20분 동안 단 6실점만을 내줬다. 위기도 있었다. 한미슬(인천시청)의 레드카드(완전 퇴장)와 연속 턴오버가 겹쳤다. 순식간에 2점 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위기의 순간, 베테랑의 저력이 빛났다. 류은희, 권한나의 연속 득점이 터졌다. 한국은 리드를 지켜내며 4점 차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2014 인천 대회 금메달 멤버인 류은희는 12년 만에 AG 금메달을 다시 목에 걸었다. 그는 “사람들이 핸드볼 하면 ‘우생순’을 떠올리신다. 이번에 우리만의 새로운 우생순을 만들어보자고 다짐했다. 금메달을 획득해 기쁘다”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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