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츠카레사마데시타(수고하셨습니다).” MSG를 조금 치자면 허리를 한 10번 정도 굽혔다. 상대는 같은 호텔에 묵은 일본 여자농구대표팀. 결승 후 만나 괜히 난처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숨기긴 어려웠다.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 취재를 위해 잡은 숙소는 우연히 일본과 같았다. 오가 유코 일본 감독은 낯이 익다. 일본 W리그 도요타 감독으로 한국서 열린 박신자컵서 자주 마주했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도 나눴다. 서로가 익숙해질 무렵, 공교롭게도 한국 여자농구대표팀과 일본이 결승 외나무다리서 만나게 됐다.
결승전을 하루 앞두고 식사 중인 일본팀을 발견했다. 평소와 같으면 인사를 했겠지만, 모르는 척 빠르게 지나쳤다. 잠시 짓궂은 생각도 했다. ‘새벽 3시에 화재경보기라도 울려야 하나.’ 승리가 간절한 마음에 해본 실없는 상상이었다.
대표팀은 지난 26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끝난 결승에서 일본을 75-70으로 꺾고 활짝 웃었다. 감동과 함께 취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그때, 1층 식당엔 일본 코칭·지원스태프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있었다. 조용히 지나가려는데 먼저 얼굴을 알아보곤 인사를 건넸다. 패배 후 한국 기자를 향해 고생했다고 인사하는 모습에 “오츠카레사마데시타”로 답했다.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허리를 몇 번이고 굽혔다. 사실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기기는 어려웠다.
한국은 역대 최고 성적을 썼다. 이번 대회서 농구에 걸린 메달은 총 4개. 사실상 휩쓸었다. 성적표는 ‘금금금동’이다. 남녀 농구 대표팀 모두 일본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대학생으로 이뤄진 남자 3x3은 금메달, 여자 3x3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실 대회 개막 전부터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자 대표팀은 비좁은 숙소에 셔틀 노쇼로 고생했다. 여자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농구협회와 대한체육회는 선수단을 호텔로 옮기는 ‘007작전’을 펼쳤다.
정재용 협회 부회장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면서 “여자팀이 일본에 도착하기 3~4분 전까지도 호텔로 이동할 수 있을지 결정되지 않았다. 게이트를 나올 때 성사돼 바로 옮겼다. 새벽에 셔틀 이동이 어려울 수 있어 컨테이너 숙소로 돌아가야 한다는 연락도 받았다. 하지만 ‘돌아갈 수 없다.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고 했다. 더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런 결과가 나오니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선수단은 코트 안에서 온몸을 던져 화답했다. 남자 3x3 대표팀 이주영의 팔뚝엔 상대와 부딪치고 넘어지며 생긴 상처가 가득했다. 모두가 이를 악물었다. 에이스들은 희망을 띄웠고 영건들은 가능성을 증명했다.
계절은 여름을 지나 가을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나고야에서 한국 농구의 시간은 거꾸로 흘렀다. 모처럼 봄을 맞았다.
나고야=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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