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희의 눈] 상어가 나타나자 사람들이 움직였다

죠스가 나타났다. 

 

난 상어하면 영화 죠스부터 생각난다. 영화가 개봉한 뒤 사람들은 바닷물에 들어가는 것조차 겁을 냈다고 한다. 물속에서 지느러미 하나만 보여도 머릿속에서는 자연스럽게 그 음악이 흘러나왔다. ‘따단, 따단, 따단따단.’ 상어는 그렇게 오랫동안 공포의 상징이었다. 그런데 50여 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부산에 진짜 ‘죠스’가 나타났다.

 

정확히는 부산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 들어왔다. 길이 3m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어다. 사람들은 금세 이름부터 붙였다. ‘부캉이’. 부산 북항에 나타난 상어라는 뜻이다. 참 우리답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속에서는 사람 잡아먹을까 무서워 도망가던 상어인데, 이름에 ‘캉이’라는 두 글자가 붙는 순간 갑자기 귀여워졌다. 죠스였다면 도망갔을 텐데 부캉이라고 하니 한번 보러 가고 싶어진다.

 

실제로 사람들이 몰렸다. 상어가 나타난 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북항을 찾았고, 추석 연휴 첫날에는 9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몰렸다는 집계까지 나왔다. 상어 한 마리가 웬만한 지역 축제 하나를 만들어버린 셈이다. 지역 상권도 덩달아 신이 났다. 기업들은 기다렸다는 듯 부캉이를 소재로 광고를 만들었고 지자체까지 각종 패러디와 캐릭터 마케팅에 올라탔다. 그야말로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물이 들어왔고, 그 물에 상어까지 들어왔다.

 

나는 이 현상이 재미있다. 우리는 요즘 즐길 거리가 없다고 말한다. 새로운 콘텐츠가 없다고 하고, 유튜브도 볼 게 없고, OTT를 켜놓고 30분 동안 무엇을 볼지 고르다가 결국 아무것도 안 보고 끄기도 한다. 그런데 야생 상어 한 마리가 등장하자 사람들이 움직였다. 돈을 들여 만든 축제도 아니고 유명 연예인이 온 것도 아니다. 화려한 조명도, 잘 짜인 프로그램도 없다. 심지어 언제 나타날지도 모른다. 그냥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기다린다. 상어가 한번 수면 가까이 올라오면 휴대전화를 꺼내고, 지나가면 다시 기다린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많은 ‘만들어진 재미’에 익숙해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AI가 영상을 만들고 알고리즘이 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골라주는 시대다. 하지만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도 “오늘 저 상어가 내 앞을 지나갈지”까지는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이다. 부캉이는 말하자면 완벽한 라이브 콘텐츠다. 각본도 없고 재방송도 없다.

 

여기까지라면 꽤 유쾌한 이야기다. 그런데 한 가지 질문은 남는다. 그 상어는 왜 거기에 왔을까. 국립수산과학원은 현재 이 상어를 무태상어로 추정하고 있다. 무태상어는 우리나라 해역에서도 발견되는 종이기 때문에 상어 한 마리가 부산 북항에 나타났다는 사실만 놓고 “기후위기 때문에 상어가 왔다”고 단정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지나치다. 특정 개체가 왜 북항 수로에 들어왔는지는 먹이와 수온, 수류 등 여러 요인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이 부분은 중요하다. 요즘 우리는 모든 이상현상을 기후변화와 연결하는 경향이 있다. 여름이 더우면 기후위기, 비가 많이 오면 기후위기, 물고기 하나가 나타나도 기후위기라고 말한다. 물론 기후변화는 현실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기후위기 탓이라고 말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기후위기라는 말의 힘이 약해진다. 다만 부캉이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까지 무시할 필요는 없다. 우리 바다는 실제로 변하고 있다. 그러니까 부캉이는 기후위기의 ‘증거’라기보다는 우리가 바다를 한번 더 바라보게 만든 ‘계기’에 가깝다.

 

상어를 보며 즐거워했다고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아이에게 실제 야생 상어를 보여주고 신기해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다. 북항에 사람들이 몰리고 주변 상권이 활기를 찾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기후위기를 걱정한다고 모든 즐거움을 포기할 필요까지는 없다. 오히려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경험해본 사람이 자연의 변화에도 더 관심을 갖게 될 수 있다.우리가 조심해야 할 것은 자연을 또 하나의 콘텐츠로만 소비하는 일이다. 실제로 부캉이에게 생선이나 먹이를 던지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먹이를 주는 행위가 상어의 행동을 바꾸고 야생으로 돌아가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생각해보면 조금 묘하다. 우리는 야생동물이 나타나면 반가워하면서도 곧바로 이름을 붙이고, 사진을 찍고, 먹이를 주고, 캐릭터를 만들고, 상품을 만든다. 인간은 정말 무엇이든 콘텐츠로 만드는 능력이 뛰어나다. 부캉이도 어느 순간 상어라기보다 스타가 돼버렸다. 하지만 부캉이 입장에서 생각하면 사정은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부캉이는 부산 관광을 살리러 온 것도 아니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북항을 방문한 것도 아니다. 광고 모델이 되고 싶었던 것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그저 자신의 이유로 그곳에 들어왔을 뿐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상어 한 마리가 수많은 사람을 움직였다. 우리는 사람을 모으기 위해 참 많은 일을 한다. 축제를 기획하고, 무대를 세우고, 가수를 부르고, 불꽃을 쏘고, 홍보 영상을 만든다.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오기 위해 적지 않은 예산과 수많은 인력이 동원된다. 그런데 부캉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행사 기획서도 없었다. 홍보대행사도 없었고, 초대가수도 없었다. 현수막 하나 내걸지 않았다. 그저 나타났을 뿐인데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왔다.

 

어쩌면 이것이 부캉이가 보여준 가장 재미있는 장면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잘 만들어진 것만 원하는 것이 아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것, 실제로 벌어진 것, 지금 아니면 볼 수 없는 것에 더 강하게 끌린다. 우리가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내려고 애쓰는 동안, 상어 한 마리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나타나 그 모든 것을 해버렸다.

 

물론 모든 지역축제에 상어를 풀어놓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부캉이가 던진 힌트 하나쯤은 생각해볼 만하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반드시 예산의 크기가 아니다. 얼마나 진짜인가, 얼마나 뜻밖인가, 그리고 얼마나 이야기하고 싶은가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수십억을 들인 축제보다 상어 한 마리가 더 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는 시대다. 결국 가장 강력한 콘텐츠는 인간이 만든 기획이 아니라, 가끔은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사건에서 나온다.

 

자연은 가끔 인간의 기획보다 세다.

 

/개그맨 겸 방송인 황현희



신정원 기자 garden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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