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은 165㎝이지만 꿈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았다. ‘작아서 안 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던 허예은(KB국민은행)은 223㎝의 ‘만리장성’을 넘어 일본 안방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작은 거인이 그려갈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박수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농구대표팀은 26일 일본 나고야의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끝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AG) 여자농구 결승에서 일본을 75-70으로 꺾었다. 한국은 12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허예은의 활약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포인트가드로서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진짜 믿기지가 않는다. 금메달을 딱 목에 걸었는데, 생각보다 무겁더라. 사실 현실 감각이 없어서 믿기지 않는다”면서 “개인적으로 내 몫을 잘 못해준 것 같아 팀원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안)혜지 언니가 잘 이끌어줘서 정말 너무 고맙다”고 돌아봤다.
허예은은 여자프로농구(WKBL) 지난 시즌 파이널 최우수선수(MVP) 출신이다. 때마다 꽂는 3점슛과 적재적소에 뿌리는 패스가 일품이다. 이번 대회 6경기 평균 7.5점 7.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중국과의 준결승전에서 9점 9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165㎝로 한국 선수단에서 신장이 두 번째로 작다. 하지만 합심해 223㎝ 장쯔위가 버티는 중국을 무너뜨렸다. 2019년 11월 도쿄 올림픽 예선 이후 이어지던 열세를 끊고 7년 만에 만리장성을 넘었다. 경기 후 허예은은 눈물을 훔쳤다.
이날은 울지 않았다. 허예은은 “눈물이 날 듯 안 났다. 중국전 땐 정말 고비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눈물이 좀 났었다”면서 “일본전은 쉽게 풀어낼 수 있었을 텐데, 마지막까지 박빙 승부를 해서 아쉽긴 하다. 그럼에도 결과는 금메달 아닌가. 우리 팀원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미소 지었다.
한국 여자농구의 희망을 봤다. 한국은 이번 대회 전에도 독일에서 열린 2026 국제농구연맹(FIBA) 여자농구 월드컵에 출전해 프랑스, 헝가리, 독일 등 세계적인 강호들을 상대로 박수호호만의 농구를 펼쳤다. 허예은은 “월드컵에서 더 넓은 시야를 얻고 왔다”며 “우리가 AG 금메달을 땄지만, 이번만이 아니라 계속 아시아 무대서 정상에 서고 싶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더 넓게 바라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작다’, ‘안 된다’는 얘기를 하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계속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노력했고, 노력할 거다”라면서 “계속 이런 대회서 좋은 성적을 내고, 모범이 돼서 다른 선수들과 어린 선수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제 허예은의 시선은 KB로 향한다. 그는 “3개월 동안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뛰었다. 잊지 못할 경험이고, 정말 행복했다”면서 “이제는 팀으로 다시 복귀해서 KB를 위해 뛰겠다. 당장 박신자컵도 있고 바쁜 일정이 되겠지만 힘내서 달리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고야=최서진 기자 westjin@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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